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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_서유기_서사기법연구
최인훈_작가_소설가

 

최인훈_서유기_문학과지성사

 

최인훈 작가님도 우리나라 현대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큰 대문호이시죠? 

오늘은 최인훈 작가님의 서유기의 서사기법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I. 서론

 『서유기』는 전통적인 플롯에서 필수적인 요건인 인물의 행위를 최소한도로 줄여서 인과적 플롯을 해체하고 있다.
 독자들이 환상인가 짐작하면서 중심 이야기를 읽는 가운데 주인공 독고준의 여행 행로는 관념을 위한 여로가 되면서 인과관계를 형성할 행위의 필연성이 사라져 버려, 사건들은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지 못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로 그치고 만다. 즉 주체인 독고준의 사건 참여 행위를 비롯한 서사의 구성 요소인 행위 자체가 거의 실종된다. 독고준이 하는 일은 기차를 탔다가 내렸다 하면서 역사적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독자들에게 보고하는 화자의 역할일 뿐이다. 행위의 주체 노릇을 하지 않기는 역사적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발화의 주체가 될 뿐이다. 또한 관념의 전달은 역사적 인물들의 목소리로만 전달되는 것도 아니며, 방송과, 이야기책으로 보고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서사를 형성할 인과관계가 거의 없이, 작가의 사상 표현인 담론 위주의 기술로 그쳐버리는데, 그 담론의 체계조차 불연속적으로 제시되어 연속적인 파악이 쉽지 않다. 
 따라서 본고는 『서유기』에 나타난 독특한 서사기법을 알아보고 비연속적으로 제시된 담론을 재정립 해보고자 한다. 


    
 II. 전통적 플롯의 해체
  1. 현실/비현실의 경계 해체
  
 『서유기』는 실험 소설이라고 할 만큼 여러 가지 관습적인 서사 장치가 해체되는데, 그 출발은 현실/비현실의 경계 해체에서 비롯된다. 
 『서유기』에서는 현실/비현실의 경계가 해체되면서 이야기 플롯의 인과관계가 완전히 해체된다. 아무런 원인도 없이 텍스트의 첫머리에서 주인공 독고준이 체포되는 모티프가 설정되고, 곧 그의 여로 구조로 전환되는 플롯은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독고준이 김유정의 방문을 닫고 몇 계단 올라가 걸어가던 중 그는 낯선 타자들에게 체포된다. 이후 지하 감방으로 갔다가 운명을 찾는다는 ‘그녀’의 신문 전단을 보고, 독고준은 ‘그녀’를 찾으로 W시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거기서 재판을 받은 후 석방되어 복도를 걸어가자 자신의 방이 보여 방문을 열어서 들어서는 것으로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끝낸다. 그러나 내포작가나 화자는 독고준이 겪었던 이 환상의 여행이 환상이라고 결코 말하지 않으므로, 종래 여행담이나 환상과 같은 속 이야기를 액자 구조로 처리하던 관습을 해체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독고준의 여로에 따른 화소의 정리이다.
 
 1. 독고준은 김유정의 방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가다가 체포됨.
 2. 의사 진료실, 지하감옥을 거쳐 논개를 만남. ‘조선의 소리’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음.
 3. 뜰로 가서 이야기책을 읽음.
 4. 정거장(석왕사역)으로 가서 역장(요괴의 변신)의 운명은 독고준이란 말을 들음.
 5. 기차를 타고 기차 안에서 ‘상해 정부의 소리’, ‘상해혁명위원회’의 위원장의 방송을 들음.
 6. 기차 안에서 꿈을 꿈. (헌병, 간호원, 역장 등장)
 7. 기차 안에서 벌판을 바라봄.
 8. 정거장(석왕사역)으로 다시 돌아감. (환자로 인식됨)
 9. 역장의 방송에서 ‘감찰관 독고준 각하’로 불림.
 10. 기차로 가서 쇠창살 속 죄수(민족성연구학자), 이순신, 원균 만남.
 11. 정거장(석왕사역)으로 다시 돌아와 옛날 회상하다가 벤치에서 잠들어 어니 꿈을 꿈.
 12. 기차를 다시 타 벌판의 꿈 반복.
 13. 기차 안에서 비어있는 객차의 환상을 봄.
 14. 기차 안에서 조봉암을 만남.
 15. 윤정선과 이광수, 헌병의 등장.
 16. 구렁이로 변신했음을 알게 됨. 유년시절을 추억함.
 17. 벤치에서 잠을 깨어 구렁이로 변신된 것이 꿈임을 알게 됨. 
 18. 역장 아들이 쓴 노트를 읽게됨.
 19. 역(W시) 구내의 방재판정에서 자아비판을 하게 됨. 
 20. 고향 W시에 돌아옴을 실감.
 21. 시 운동장에 가서 유년 시절의 추억 되살리다 북한 정권의 확성기 방송을 들음. 
 22. 인민극장의 북한 정권 방송에서 ‘명상’의 죄인이 됨. 이성병원의 방송에서 ‘광인’이 되어       변호받음.
 23. 언덕으로 가면서 고향 W시의 과거 풍경과 친구들을 추억함. 
 24. 토치카 안에 들어가 수화기로 인민방송, 이성병원, 상해임시정부, 대한 불교 관음종의 방       송 들음.
 25. 속개된 재판정에서 소년단 시절을 증언하고, 검차원의 논고, 역장의 변론을 들음.
 26. 석방됨. 복도로 걸어감.

 화소를 중심으로 중심 이야기인 환상의 여행 이야기 공간을 살펴본다면, 독고준이 여러 역사적 인물들이나, 책,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하여 내포작가의 관념을 전달받고, 그 내용을 독자들에게 보고하는 여로 구조 형식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환상 공간은 내포 작가의 담론을 전달하려는 대안 세계로서 현실/비현실의 경계 해체가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2. 현실/역사적 시공간의 경계 해체 
 
 『서유기』의 중심 이야기인 환상 공간에서 독고준은 여러 명의 역사적 실존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서유기』가 역사소설이 아닌데 이들이 등장하여, 그들의 시각에 입각한 담론을 현대인인 독고준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역사소설의 전통적인 틀, 즉 역사적 인물을 형상황화해서 그 시대의 상황을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현실/역사적 시공간의 경계를 해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역사적 시공간의 경계 해체의 목적은 그들의 담론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고찰해보겠다는 내포작가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서유기』의 첫 페이지에서 한국의 ‘황폐성’과 ‘무질서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 필름은 고고학 입문 시리즈 가운데 한 편으로, 최근에 발군된 고대인의 두 개골 화석의 대뇌 피질부에 대한 의    이론적 해독입니다. 이 화석은 분명히 상고 시대 어느 기간에 산 인간으로 짐작됩니다. 이 한 편을 특히 고른 것은    최근의 발굴이라는 것뿐 아니라 한국 화석의 일반적 특징인 황폐성과 무질서성이 아주 전형적으로 나타나 있는 까    닭입니다. ……. 그러면 곧 필름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위의 인용은 『서유기』에서 의미론적 해독 작업인 역사상 인물들의 담론을 병치시켜서 비교, 분석해 보겠다는 상징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독고준은 그래서 운명의 그녀를 찾아가는 여로에서 논개, 이순신, 이광수 등의 역사적 실존 인물을 만나서 그들의 주장을 듣게 되는 것이다. 초점화자가 된 그들의 담론을 독고준이 보고하는데, 그 중 논개의 말이 『서유기』의 환상적 여로의 출발점이 된다.
 일제의 감옥 속에 삼백 년이나 갇혀 있으면서 자신과 결혼해서 데리고 가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논개에게 독고준은 “논개여 나를 용서해 주세요......난 아무 힘도 없습니다......나는 제 한몸밖에 아낄 줄 모르면서 살았습니다. 당신 같은 사랑의 천재 앞에서는 나는 쓰레기요 벌레입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구합니까?”(45쪽)하면서 방관적 입장을 보이고 논개를 일제의 감옥에 내버려둔 채 길을 떠나게 된다. 
 이 때 논개는 민족을 사랑하여 자신을 희생한 투사로서 민족주의의 상징이 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길을 떠나는 독고준은 논개로 상징되는 민족주의가 왜 꽃을 피우지 못하는지, 왜 일본은 1960년대 당대에도 한국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한국이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을지, 이순신과 이광수와 같은 실존 인물의 사상과 행위를 독자에게 보고하는 관념의 여로를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다.
 역사소설의 틀을 거부하고 현시 공간에서 과거의 역사를 분석하고자 함은, 『서유기』의 현실/역사적 시공간의 경계 해체로 역사의 해석이 현재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최인훈의 사고를 반영한 것으로, 전통적 플롯의 문학적 관습을 해체한 것이다. 
  

  III. 담론의 비연속성

 『서유기』는 앞서 언습한 서술 형식의 해체와 다양한 초점화, 담론으로 인해 난해성을 초라하게 된다. 
 
 1. 다양한 초첨화

 『서유기』의 이야기를 시점과 서술에 초점을 맞추어 정리를 해 본다면, 프롤로그 후에 내포작가는 공적 화자를 내세워 이유정의 방을 나와 이층으로 가는 독고준을 보여준다. 곧 독고준이 체포되고 환상 공간인 중심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서 공적 화자가 독고준에게로 서술을 넘겨 주면서 그는 여로에서 대체로 다른 인물들의 상황과 담론을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사적 화자로서 기능한다. 그러므로 『서유기』에서는 독고준 외에도 역사적 인물 등 여러 초점화자가 나타나는 시점의 혼재를 보여준다. 그는 그들의 행위와 담론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묘사, 보고하는 사적 화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다가, 가끔씩은 스스로를 초점화하여 고향인 W시의 추억과 자신의 심경을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재판의 끝 장면에서 공적 화자가 얼굴을 내밀어 “독고준은 겨우 놓여나서 줄곧 나아갔다”(294쪽)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 후 다시 독고준은 사적 화자가 된다. 텍스트의 겉 이야기로 서술 층위가 바뀌어도 독고준은 계속 화자가 되어 ‘부끄러움’을 말하는 내적 독백을 보고하면서 텍스트는 끝나게 된다. 
 그런데 『서유기』의 중심 이야기에서 가끔 초점화하여 보고하는 독고준 자신의 추억과 심경묘사는 거의 의미가 없고, 역사적 인물이나 다른 등장 인물의 담론이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그러므로 초점화자의 다변화는 일단 이러한 담론에 대한 작가의 입장을 감추는 문학적 장치로서, 텍스트 시점의 통일을 방해한다. 
  
 2. 다양한 타자 담론

 『서유기』에는 다양한 초첨화 된 인물들에 의한 담론이 형성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독고준은 여로에서 접하게 되는 방송이나 다른 초점화자들에게서 듣는 담론에 대하여 무관심하다. 독고준은 다양한 초점화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다. 

   
   “현재 중대 사명을 띠고, 기차 여행을 하고 있는 독고준 동지는 도착 즉시 혁명위원회에 출두하십시오.”
   독고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거 처해있는 처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출두하라니 무슨 말인가. 방송은 이미 끝나고 라디오에서는 은은한 폭음소리- 거대한 비행기의 엔진에서     울려나오는 와르렁우르렁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름이구나, 하고 독고준은 생각하는데 열차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다. (100쪽.)


 위의 인용에서처럼 방송 발화를 듣고도 영문을 몰라 하다가 그의 여로를 재촉하는 비행기 소리를 듣고는 ‘여름이구나’하면서 곧 잊어버린다. 내포작가는 사적 화자에며 초점화자인 독고준을 이처럼 무반응하게하여 중립적 인물로 만들어버린다. 
 『서유기』의 다양한 타자 담론들을 도표화하면 다음과 간다. 

총독
반도의 재영유를 기원
대립하는 담론
<--------->


논개
민족주의


혁명 위원회 위원장
혁명론, ‘국가의 기초는 피’


헌병
이광수의 친일 추궁


북한 정권 방송
독고준은 관념적이고 명상적이여서 인민의 적


이순신
풍습이 서로









이처럼 다양한 담론을 독고준에게 제시하는데, 이들은 서로 대립, 대응하는 존재가 된다. 독고준은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이들 담론이 뚜렷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텍스트 속에서 공존하는 타자 담론이 되는데, 완전히 적대적인 타자 담론이기보다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는 의미의 타자 담론이 된다.
 『서유기』에는 이런 다양한 타자 담론이 존재하여 담론이 대화성을 지니도록 함과 동시에,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된다. 이 같은 다양한 담론이 비연속적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이를 순서를 바꾸어 인과 관계의 연속성을 살펴 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독고준의 소년단 시절 증언-북한의 교육 비판.
 2. 지도원 선생의 대화-자본주의 비판.
 3. 이성병원-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비판. (“명상의 자유는 필요하다.”)
 4. 노우트-자아 탐구.(“자아란 내외공간의 가운데에 위치한 탄력점이다.”)
 5. 혁명의 나라 소련은 제국주의 성향을 지녔음-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깨고 한국 전쟁을 유발함.
 6. 상해혁명위원회-혁명론(혁명은 피를 요구)
 7. 사회주의 혁명은 유교처럼 분배에 치중하여 진정한 혁명이 될 수 없음.
 8. 유교의 이념은 영토의 경계가 보편적 이념임을 강조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분배를 강조.
 9. 수신을 강조한 유교문화는 타자 공격의 상업형의 서양문화의 대응할 생명력을 상실.
 10. 생명력을 상실한 유교 이념은 일본 제국주의에게 붕괴.
 11. 한국전쟁의 책임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있음.
 12. 일본의 제국주의화는 서양 제국주의를 모방.
 13. 서양 제국주의는 개방적이고 혼합적인 문화 풍토에서 국력을 키운 덕분.
 14. 서양의 힘은 생산성의 증대에서 옴.
 15. 생산성 증대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욕망을 만족시키는 진정한 혁명을 이룰 수 있음.
 16. 일제의 잔재 청산은 민족주의로 가능.
 17. 민족주의는 외국 자본의 힘 때문에 무능함.

 위와 같이 담론의 순서를 재배치하여 『서유기』의 담론의 논지를 파악해본다면 이데올로기에 회의를 느껴 해체하는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존재 탐구는 명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데,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는 명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모두 제국주의 성향을 지녔고, 유교 이데올로기는 생명력의 상실로, 민족주의는 외국 자본의 힘 때문에 무능하다는 것이다.  

 III. 결론

 최인훈의 『서유기』는 현실/비현실의 경계를 해체하여 중심 이야기인 독고준이 겪는 환상의 여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독고준은 여로에서 만나는 역사적 인물들의 관념을 독자에게 보고하는 화자의 역할을 하다가 결말 부분에서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오면서 환상 여행을 끝내게 된다. 이런면에서 현실/역사적 시공간의 경계를 해체함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초점화를 통해 다양한 담론을 비연속적으로 제시하였다. 이 같은 실험 소설같은 서술형식은 독자로부터 난해함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었는데, 궁극적으로 한국의 분단 문제의 원인과 지향점을 탐구하고자한 이데올로기의 해체 담론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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