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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_정이현
정이현_상품백화점
정이현_소설가_작가

소설과 영화 속 자본도시 ‘서울’

-소설 「삼풍백화점」 영화 「타워」를 중심으로

 

 

I. 서론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III. 결론
* 참고문헌

 

 

 

I. 서론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며, 인생의 거울’이라고 한다. 특히 소설은 ‘사회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장르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시대상 반영을 그 장르적 표지로 삼는다.

 

문학은 꿈에 비추어 어떤 것이 어떻게 결핍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드러낸다. (중략) 그 부정적 드러냄을 통해서 사회는 어떤 것이 그 사회에 결핍되어 있으며, 어떤 것이 그 사회의 꿈인가를 역으로 인식한다.

 

위의 인용된 글에서 김현은 문학은 꿈이며 사회는 제도라고 말한다. 문학은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여 승화시키려 하는 반면, 사회는 이를 제도적으로 억압한다. 따라서 문학은 인간이 질서 있게 살아가기 위해 제도화시킨 것을, 쾌락 원칙에 의거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꿈에 비추어 재반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종구는 발자크의 「인간희극」을 읽고서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그 소설이야말로 당대의 시대상황에 관한 어떠한 통계자료나 경제학 서적보다 더 정확하고도 생생한 자료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한 평가, 그리고 이문열이 「변경」의 작가 후기에서 그 소설을 통해 ‘한국 근 현대사의 거대한 벽화’를 그려보겠다고 한 다짐 등의 진술들을 증거삼아 소설을 인생의 거울이나 사회적 기록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소설 속에 그려지고 있는 사회나 인물들의 양상이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그려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영화 또한 문학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사회상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생산되고 전 세계에 배포되어지며, 우리 사회에서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문학보다 많이 접하게 되는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문학과 영화는 떨어뜨릴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라는 서사를 기본으로 삼아 카메라로 촬영을 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문학을 기본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원천 소스는 곧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가 당대 사회적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문화의 주요 축인 영화에 대한 연구는 사회분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텍스트로서의 영화는 작가와 독자 간의 사회적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공간이다. 영화 속에 나타난 작가의 사회적 의식은 작가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의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의도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궁극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과 마찬가지로 영화 또한 당대의 사회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정이현의 「삼풍백화점」과 김지훈 감독의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삼풍백화점」은 1995년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을 당시에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소설 속의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사회는 당시의 현실 사회와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당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서울을 그리고 있다. 영화 <타워>는 여의도에 가상의 건물 타워스카이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이야기는 모두 재난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과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텍스트이다. 또한 자본도시 ‘서울’에서 가장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강남의 삼풍백화점과 타워팰리스라는 고소득자들의 거주지를 소재로 하여 물질만능주의에 치우친 세태를 문학이라는 정제된 언어와 영화라는 영상미로 나타내고 있다.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 문제들과 인물들의 분석을 통해 텍스트에 내포되어 있는 메타포가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삼풍백화점」에서는 정반대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주인공 ‘나’와 강북에서 홀로 생활하는 R을 중심으로 사건이 그려지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 그림과 같다.

 

 

 

 

 

 

 

 

 

 

 

 

[그림 1] 「삼풍백화점」의 등장인물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 모토롤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39쪽)

 

R의 집으로 가기 위해선 대문을 들어서서, 안채 옆으로 길게 뻗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어두웠고, 층계의 한 칸 사이가 멀어서 좀 힘들었다. (중략) 앉은뱅이 탁자에는 보라색 천이 덮여 있었다. (55쪽)

 

‘나’는 강남이라는 서울에서도 중심에 속하는 곳에서 깨끗한 침대에 생활하며 따뜻하게 성장하였다. 반면 R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은 ‘온화한’, ‘깨끗한’ 등의 밝은 톤의 단어들로 나타내고 R은 ‘어두운’, ‘좁은’ 등의 어두운 톤의 단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두 인물의 환경의 대비를 통해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는 서울의 양극화 문제를 의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중심 사건 이외에 다른 사건에서도 강남과 강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 W와 S는 강남의 거주하는 인물인지는 텍스트 안에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삼풍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굴지의 투자금융회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유추해 보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인물임은 알 수 있다. 이들은 대기업에 취업하고 국립대생 남자친구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 잠깐 ‘어쩌면 영재’로 오인 받았으나 지금은 대졸 실업자가 된 장녀에 대하여 부모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겠지만, 채근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딸의 월급을 생계에 보탤 필요가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51쪽)

 

하루에 환자 세 명만 받으면 저런 빌딩은 금방 올릴 수 있어요. 그런 말을 진심을 담아 하는 사람을, 텔레비전 드라마 안에서가 아니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51쪽)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주인공은 최악의 불효를 면하(51쪽)기 위해 어머니의 맞선 제안을 받게 된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딸의 월급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강남의 부모님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그녀의 딸이 경제력을 갖춘 이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주인공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세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강남의 맞선 업체는 그들의 집안, 학벌, 경제적 수준을 등급을 매겨 비슷한 수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새로운 사회계급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타포는 이러한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타워> 또한 「삼풍백화점」과 비슷하게 대립되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보다 좀 더 이분법적 사회 계급을 바라보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영솨 속 타워스카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층의 타워 팰리스의 회장인 조회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자본형 인물로 볼 수 있다. 자본, 즉 돈이 이 세상의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 중에 상승기류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헬기가 뜨지 못하자 그는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적인 파티, 즉 조회장의 이기심으로 인해 권력으로 헬기를 띄우게 되고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지고 만다.

 

 

 

 

 

 

 

 

 

 

 

 

 

 

[사진 1] <타워>에서 조회장이 헬기를 띄우라 지시하는 장면

 

다른 자본형 인물로는 ‘정치인 아내’를 들 수 있다. 이 인물은 이웃집에 이사 온 김장로를 ‘로또’라고 부르며 복권에 당첨된 김장로는 그저 벼락부자일 뿐 자신과는 다른 신분의 사람으로 바라본다. 또한 청소원인 정여사를 하등의 인간으로 취급하며, 건물 안에 갇힌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와 애완견을 걱정하는 모습을 비친다.

 

소방관 : 다른 사람들 어딨습니까?

정치인 아내 : 뭔 소리야, 어서 안전한 길이나 안내해요.

정치인 아내 : 어머, 우리 애기. 은세야. (소리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달려 온 소방관들을 향해 정치인은 오히려 늦었다고 타박을 한다. 정치인의 아내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자신의 애완견보다 못하다는 듯 사람들보다 자신의 애완견 ‘은세’와 남편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호통을 친다. 또한 마지막 헬기에 사람들이 모두 탑승하지 못했을 때 이륙하며 자신의 애완견에게 살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며 비인간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영화 <타워>는 조회장과 정치인 아내와 같은 자본형 인물과 청소원, 식당 종업원, 소방관 등 서민형 인물의 대립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공공연하게 약속되어진 사회적 계급에 대하여 꼬집고 있다.

 

 

 

 

 

 

 

 

 

 

 

 

 

 

[사진 2] <타워>에 자본형 인물 ‘정치인 아내’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한국 사회는 1950년대의 재건기를 거쳐서 1960년대 초부터 본격적 근대화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된 노력의 결과로 한국 사회는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경제성장과 거대한 문화변동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커다란 붕괴사고들도 그 중요한 예이다. 1970년 4월 8일에 일어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그 시작이었다면,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그 정점이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는 제도와 기술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부패가 만연해서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해도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마저도 부패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부정함을 고발하기 위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삼풍백화점의 붕괴 사고를 삽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구성은 두 가지의 이야기로 나뉘어졌다. 두 가지의 이야기를 분석하기 위해 이야기의 화소를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삼풍백화점이 무너짐
②1995년의 기억
③화자의 네 살, 1975년의 기억
④1995년, 6월 29일 53분 삼풍백화점
⑤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 화자의 대학 시절
⑥영화사 면접을 보는 ‘나’
⑦삼풍백화점 Q 매장을 지나감
⑧1995년 2월 R과의 만남
⑨맞선과 취업준비를 하는 ‘나’
⑩R과의 재 만남
⑪삼풍백화점 지하 일층
⑫R과 급속도로 친해짐
⑬R에게 호출을 남기는 ‘나’
⑭Q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⑮취직 후 R과 멀어짐
⑯삼풍백화점 붕괴
⑰싸이월드에서 R을 찾아보는 ‘나’
⑱과거를 회상하는 ‘나’

 

[표 1] 「삼풍백화점」의 화소

 

 

이야기는 크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과 주인공과 R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나뉜다. 우선 삼풍백화점을 서술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1989년 12월 개장한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의 초현대식 건물이었다. 1995년 6월 29일. (중략)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한 층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에 지나지 않았다. (39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장면은 감정이입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당시 객관적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초현대식 건물임을 강조하고 붕괴시간이 1초밖에 되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습적 악폐들이 성행하던 시기가 1995년이다.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의 불균형 발전을 비판하고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비리가 만연한 위험한 사회를 1초 만에 사라진 삼풍백화점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 북단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삼십 퍼센트에 달하는 강남 거주 학생들을 위해 다섯 대의 스쿨버스를 운행했다. 8학군에 전입한 지 만 삼십 개월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다른 학군에 배정받았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받아들일 수 없어 했고, 단체 전학 움직임이 일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는 최선의 성의를 보여야했다. (48쪽)

 

강북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 다녔던 주인공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게 된다. 현재 강남 8학군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전입하고 입시학원, 과외 등으로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은 주인공이 고등학교 다닐 당시에도 같았음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은 강남의 고등학교를 배정받았지만 강북의 학교로 배정이 변경된 것을 알고 전학 움직임을 일으켰고 학교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준비할 정도로 소위 강남 학부모들의 사회적 파급력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공동(空洞)으로 남아 있었으나, 2004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가 완공되기 몇 해 전에 나는 멀리 이사를 했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67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뒤 주인공은 멀리 이사를 가게 된다. 이십여 년을 살아온 강남이 그녀의 고향이지만 고향이 그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R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아니면 비리로 얼룩지고 물질만을 쫓는 세태에 대한 비관적 시선 때문일까? 그것은 독자인 우리의 몫이지만 어찌되었건 주인공은 강남을 떠나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위험’이라는 개념이 현대사회 변화의 중요한 특징과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울리히 벡(Ulrich Beck) 등이 중심이 되어 발전한 위험사회론(theories of risk societ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재난, 사고는 반드시 그 징조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에서 주인공 ‘나’가 삼풍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삼풍백화점의 붕괴의 조짐이 보였던 것처럼 영화 <타워> 또한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기 전 여러 가지 징조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행사 전 식당가 주방에서 인건의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화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Sprinkler)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조사하는 이대호는 스프링클러 배관에 물이 없는 것을 예상하지만 타워스카이의 실장인 차실장은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에만 신경을 쓰라고 호통을 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대호는 조사를 계속하고 스프링클러 배관이 건물 외벽으로 이동하면서 물이 얼어붙어 공급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 곳에서도 자본주의의 논리를 꼬집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용 공간을 위해 안전과 결부된 장치를 건물 외벽으로 옮김으로써 훗날에 벌어질 화재를 조기에 진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대호는 계속해서 차실장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소화기라도 더욱 배치할 것을 권하지만 차실장은 ‘사람이 융통성이 없어, 오늘은 파티 준비나 좀 하자고’라며 무시하고 만다.

 

 

 

 

 

 

 

 

 

 

 

 

 

 

[사진 3] <타워>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는 장면

 

가장 큰 문제는 조회장에게 있다. 상승기류가 빈번하게 발생해 돌풍이 빈번하게 일어나 헬기비행이 안전하지 않음을 보고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헬기를 띄우고 마는 것이다. 그는 또한 사람들이 많이 갇혀있음을 보고 받고도 인명 구조를 우선시 하기 보다는 자신의 타워스카이가 망할 것을 걱정하며 불길을 우선적으로 막겠다며 방화벽을 내리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다.

 

 

 

 

 

 

 

 

 

 

 

 

 

 

 

 

[사진 4] <타워>에서 조회장이 방화벽을 작동하는 장면

 

 

이처럼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에서 나타나는 재난 사건은 미리 울리히 벡의 주장처럼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고 물질주의 세태가 만연한 사회로 인해 텍스트에서 삼풍백화점 사건처럼 텍스트 밖에서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III. 결론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했다.

「삼풍백화점」에는 ‘삐삐’를 사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나 면접을 위해 제일 좋은 사진관을 찾는 모습. 삼풍백화점의 붕괴 모습, ‘싸이월드’를 사용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을 통해 그 당시 대학생들의 유행이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속에는 정제된 언어로 작가가 담담하게 서술하였지만 무너지는 삼풍백화점을 통해 1995년 당시에 비리로 얼룩진 사회의 모습과 강남과 강북의 부의 불균형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 <타워>에서는 한국사회, 특히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여의도에 지어진 가상의 초고층 주상복합 타워스카이가 등장한다. 타워스카이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삼풍백화점」에 나오는 강남 엄마들과 주인공 ‘나’의 엄마, 맞선남 의사 등과 같이 여러 자본형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자본형 인물들 중 조회장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안전을 등한시하고 최고급 타워라는 이미지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은 안위에도 없는 모습을 보이는 등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정치인 아내 또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이 정치인이라는 사회 지도층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사회규범은 무시한 채

위와 같은 시대상의 반영을 통해 작가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은 그와 반대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 정이현이 원하는 꿈은 ‘강남’으로 대표되는 물질 만능주의도 아니고 그저 친구와 창가 옆에서 달착지근한 커피(55쪽)를 마시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기초자료

정이현(2007), 「삼풍백화점」, 『오늘의 거짓말』, 문학과지성사.

김지훈(2012), <타워>, CJ E&M.

 

 

논문 및 단행본

공종구(2006), 「소설이해의 사회학적 방법」, 『현대 소설론』, 한국현대소설학회.

김 현(1995), 『한국 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 문학과지성사.

유문무(2007), 「영화 속 재난에 나타난 사회적 함의와 그 성찰-<괴물>을 중심으로」, 『한국경 호경비학회지 13』, 한국경호경비학회.

정무권(2012), 「위험사회론과 사회적 위험의 역동성」,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제23권 제2호』, 서울행정학회.

홍성태(2010), 「붕괴사고와 사고사회 :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을 중심으로」『사회와역사, 통 권87호』, 한국사회사학회.

 

 

 

이동현, 「대한민국은 ‘재난민국’ … 비리구조가 ‘위험사회’ 주범」, 중앙SUNDAY NEWS, 2014년 5월 4일

-소설 「삼풍백화점」 영화 「타워」를 중심으로

 

 

I. 서론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III. 결론
* 참고문헌

 

 

 

I. 서론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며, 인생의 거울’이라고 한다. 특히 소설은 ‘사회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장르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시대상 반영을 그 장르적 표지로 삼는다.

 

문학은 꿈에 비추어 어떤 것이 어떻게 결핍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드러낸다. (중략) 그 부정적 드러냄을 통해서 사회는 어떤 것이 그 사회에 결핍되어 있으며, 어떤 것이 그 사회의 꿈인가를 역으로 인식한다.

 

위의 인용된 글에서 김현은 문학은 꿈이며 사회는 제도라고 말한다. 문학은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여 승화시키려 하는 반면, 사회는 이를 제도적으로 억압한다. 따라서 문학은 인간이 질서 있게 살아가기 위해 제도화시킨 것을, 쾌락 원칙에 의거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꿈에 비추어 재반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종구는 발자크의 「인간희극」을 읽고서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그 소설이야말로 당대의 시대상황에 관한 어떠한 통계자료나 경제학 서적보다 더 정확하고도 생생한 자료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한 평가, 그리고 이문열이 「변경」의 작가 후기에서 그 소설을 통해 ‘한국 근 현대사의 거대한 벽화’를 그려보겠다고 한 다짐 등의 진술들을 증거삼아 소설을 인생의 거울이나 사회적 기록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소설 속에 그려지고 있는 사회나 인물들의 양상이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그려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영화 또한 문학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사회상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생산되고 전 세계에 배포되어지며, 우리 사회에서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문학보다 많이 접하게 되는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문학과 영화는 떨어뜨릴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라는 서사를 기본으로 삼아 카메라로 촬영을 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문학을 기본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원천 소스는 곧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가 당대 사회적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문화의 주요 축인 영화에 대한 연구는 사회분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텍스트로서의 영화는 작가와 독자 간의 사회적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공간이다. 영화 속에 나타난 작가의 사회적 의식은 작가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의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의도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궁극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과 마찬가지로 영화 또한 당대의 사회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정이현의 「삼풍백화점」과 김지훈 감독의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삼풍백화점」은 1995년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을 당시에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소설 속의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사회는 당시의 현실 사회와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당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서울을 그리고 있다. 영화 <타워>는 여의도에 가상의 건물 타워스카이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이야기는 모두 재난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과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텍스트이다. 또한 자본도시 ‘서울’에서 가장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강남의 삼풍백화점과 타워팰리스라는 고소득자들의 거주지를 소재로 하여 물질만능주의에 치우친 세태를 문학이라는 정제된 언어와 영화라는 영상미로 나타내고 있다.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 문제들과 인물들의 분석을 통해 텍스트에 내포되어 있는 메타포가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삼풍백화점」에서는 정반대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주인공 ‘나’와 강북에서 홀로 생활하는 R을 중심으로 사건이 그려지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 그림과 같다.

 

 

 

 

 

 

 

 

 

 

 

 

[그림 1] 「삼풍백화점」의 등장인물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 모토롤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39쪽)

 

R의 집으로 가기 위해선 대문을 들어서서, 안채 옆으로 길게 뻗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어두웠고, 층계의 한 칸 사이가 멀어서 좀 힘들었다. (중략) 앉은뱅이 탁자에는 보라색 천이 덮여 있었다. (55쪽)

 

‘나’는 강남이라는 서울에서도 중심에 속하는 곳에서 깨끗한 침대에 생활하며 따뜻하게 성장하였다. 반면 R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은 ‘온화한’, ‘깨끗한’ 등의 밝은 톤의 단어들로 나타내고 R은 ‘어두운’, ‘좁은’ 등의 어두운 톤의 단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두 인물의 환경의 대비를 통해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는 서울의 양극화 문제를 의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중심 사건 이외에 다른 사건에서도 강남과 강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 W와 S는 강남의 거주하는 인물인지는 텍스트 안에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삼풍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굴지의 투자금융회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유추해 보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인물임은 알 수 있다. 이들은 대기업에 취업하고 국립대생 남자친구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 잠깐 ‘어쩌면 영재’로 오인 받았으나 지금은 대졸 실업자가 된 장녀에 대하여 부모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겠지만, 채근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딸의 월급을 생계에 보탤 필요가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51쪽)

 

하루에 환자 세 명만 받으면 저런 빌딩은 금방 올릴 수 있어요. 그런 말을 진심을 담아 하는 사람을, 텔레비전 드라마 안에서가 아니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51쪽)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주인공은 최악의 불효를 면하(51쪽)기 위해 어머니의 맞선 제안을 받게 된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딸의 월급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강남의 부모님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그녀의 딸이 경제력을 갖춘 이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주인공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세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강남의 맞선 업체는 그들의 집안, 학벌, 경제적 수준을 등급을 매겨 비슷한 수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새로운 사회계급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타포는 이러한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타워> 또한 「삼풍백화점」과 비슷하게 대립되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보다 좀 더 이분법적 사회 계급을 바라보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영솨 속 타워스카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층의 타워 팰리스의 회장인 조회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자본형 인물로 볼 수 있다. 자본, 즉 돈이 이 세상의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 중에 상승기류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헬기가 뜨지 못하자 그는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적인 파티, 즉 조회장의 이기심으로 인해 권력으로 헬기를 띄우게 되고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지고 만다.

 

 

 

 

 

 

 

 

 

 

 

 

 

 

[사진 1] <타워>에서 조회장이 헬기를 띄우라 지시하는 장면

 

다른 자본형 인물로는 ‘정치인 아내’를 들 수 있다. 이 인물은 이웃집에 이사 온 김장로를 ‘로또’라고 부르며 복권에 당첨된 김장로는 그저 벼락부자일 뿐 자신과는 다른 신분의 사람으로 바라본다. 또한 청소원인 정여사를 하등의 인간으로 취급하며, 건물 안에 갇힌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와 애완견을 걱정하는 모습을 비친다.

 

소방관 : 다른 사람들 어딨습니까?

정치인 아내 : 뭔 소리야, 어서 안전한 길이나 안내해요.

정치인 아내 : 어머, 우리 애기. 은세야. (소리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달려 온 소방관들을 향해 정치인은 오히려 늦었다고 타박을 한다. 정치인의 아내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자신의 애완견보다 못하다는 듯 사람들보다 자신의 애완견 ‘은세’와 남편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호통을 친다. 또한 마지막 헬기에 사람들이 모두 탑승하지 못했을 때 이륙하며 자신의 애완견에게 살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며 비인간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영화 <타워>는 조회장과 정치인 아내와 같은 자본형 인물과 청소원, 식당 종업원, 소방관 등 서민형 인물의 대립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공공연하게 약속되어진 사회적 계급에 대하여 꼬집고 있다.

 

 

 

 

 

 

 

 

 

 

 

 

 

 

[사진 2] <타워>에 자본형 인물 ‘정치인 아내’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한국 사회는 1950년대의 재건기를 거쳐서 1960년대 초부터 본격적 근대화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된 노력의 결과로 한국 사회는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경제성장과 거대한 문화변동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커다란 붕괴사고들도 그 중요한 예이다. 1970년 4월 8일에 일어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그 시작이었다면,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그 정점이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는 제도와 기술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부패가 만연해서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해도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마저도 부패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부정함을 고발하기 위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삼풍백화점의 붕괴 사고를 삽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구성은 두 가지의 이야기로 나뉘어졌다. 두 가지의 이야기를 분석하기 위해 이야기의 화소를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삼풍백화점이 무너짐
②1995년의 기억
③화자의 네 살, 1975년의 기억
④1995년, 6월 29일 53분 삼풍백화점
⑤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 화자의 대학 시절
⑥영화사 면접을 보는 ‘나’
⑦삼풍백화점 Q 매장을 지나감
⑧1995년 2월 R과의 만남
⑨맞선과 취업준비를 하는 ‘나’
⑩R과의 재 만남
⑪삼풍백화점 지하 일층
⑫R과 급속도로 친해짐
⑬R에게 호출을 남기는 ‘나’
⑭Q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⑮취직 후 R과 멀어짐
⑯삼풍백화점 붕괴
⑰싸이월드에서 R을 찾아보는 ‘나’
⑱과거를 회상하는 ‘나’

 

[표 1] 「삼풍백화점」의 화소

 

 

이야기는 크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과 주인공과 R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나뉜다. 우선 삼풍백화점을 서술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1989년 12월 개장한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의 초현대식 건물이었다. 1995년 6월 29일. (중략)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한 층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에 지나지 않았다. (39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장면은 감정이입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당시 객관적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초현대식 건물임을 강조하고 붕괴시간이 1초밖에 되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습적 악폐들이 성행하던 시기가 1995년이다.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의 불균형 발전을 비판하고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비리가 만연한 위험한 사회를 1초 만에 사라진 삼풍백화점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 북단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삼십 퍼센트에 달하는 강남 거주 학생들을 위해 다섯 대의 스쿨버스를 운행했다. 8학군에 전입한 지 만 삼십 개월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다른 학군에 배정받았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받아들일 수 없어 했고, 단체 전학 움직임이 일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는 최선의 성의를 보여야했다. (48쪽)

 

강북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 다녔던 주인공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게 된다. 현재 강남 8학군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전입하고 입시학원, 과외 등으로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은 주인공이 고등학교 다닐 당시에도 같았음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은 강남의 고등학교를 배정받았지만 강북의 학교로 배정이 변경된 것을 알고 전학 움직임을 일으켰고 학교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준비할 정도로 소위 강남 학부모들의 사회적 파급력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공동(空洞)으로 남아 있었으나, 2004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가 완공되기 몇 해 전에 나는 멀리 이사를 했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67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뒤 주인공은 멀리 이사를 가게 된다. 이십여 년을 살아온 강남이 그녀의 고향이지만 고향이 그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R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아니면 비리로 얼룩지고 물질만을 쫓는 세태에 대한 비관적 시선 때문일까? 그것은 독자인 우리의 몫이지만 어찌되었건 주인공은 강남을 떠나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위험’이라는 개념이 현대사회 변화의 중요한 특징과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울리히 벡(Ulrich Beck) 등이 중심이 되어 발전한 위험사회론(theories of risk societ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재난, 사고는 반드시 그 징조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에서 주인공 ‘나’가 삼풍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삼풍백화점의 붕괴의 조짐이 보였던 것처럼 영화 <타워> 또한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기 전 여러 가지 징조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행사 전 식당가 주방에서 인건의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화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Sprinkler)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조사하는 이대호는 스프링클러 배관에 물이 없는 것을 예상하지만 타워스카이의 실장인 차실장은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에만 신경을 쓰라고 호통을 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대호는 조사를 계속하고 스프링클러 배관이 건물 외벽으로 이동하면서 물이 얼어붙어 공급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 곳에서도 자본주의의 논리를 꼬집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용 공간을 위해 안전과 결부된 장치를 건물 외벽으로 옮김으로써 훗날에 벌어질 화재를 조기에 진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대호는 계속해서 차실장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소화기라도 더욱 배치할 것을 권하지만 차실장은 ‘사람이 융통성이 없어, 오늘은 파티 준비나 좀 하자고’라며 무시하고 만다.

 

 

 

 

 

 

 

 

 

 

 

 

 

 

[사진 3] <타워>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는 장면

 

가장 큰 문제는 조회장에게 있다. 상승기류가 빈번하게 발생해 돌풍이 빈번하게 일어나 헬기비행이 안전하지 않음을 보고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헬기를 띄우고 마는 것이다. 그는 또한 사람들이 많이 갇혀있음을 보고 받고도 인명 구조를 우선시 하기 보다는 자신의 타워스카이가 망할 것을 걱정하며 불길을 우선적으로 막겠다며 방화벽을 내리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다.

 

 

 

 

 

 

 

 

 

 

 

 

 

 

 

 

[사진 4] <타워>에서 조회장이 방화벽을 작동하는 장면

 

 

이처럼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에서 나타나는 재난 사건은 미리 울리히 벡의 주장처럼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고 물질주의 세태가 만연한 사회로 인해 텍스트에서 삼풍백화점 사건처럼 텍스트 밖에서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III. 결론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했다.

「삼풍백화점」에는 ‘삐삐’를 사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나 면접을 위해 제일 좋은 사진관을 찾는 모습. 삼풍백화점의 붕괴 모습, ‘싸이월드’를 사용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을 통해 그 당시 대학생들의 유행이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속에는 정제된 언어로 작가가 담담하게 서술하였지만 무너지는 삼풍백화점을 통해 1995년 당시에 비리로 얼룩진 사회의 모습과 강남과 강북의 부의 불균형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 <타워>에서는 한국사회, 특히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여의도에 지어진 가상의 초고층 주상복합 타워스카이가 등장한다. 타워스카이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삼풍백화점」에 나오는 강남 엄마들과 주인공 ‘나’의 엄마, 맞선남 의사 등과 같이 여러 자본형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자본형 인물들 중 조회장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안전을 등한시하고 최고급 타워라는 이미지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은 안위에도 없는 모습을 보이는 등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정치인 아내 또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이 정치인이라는 사회 지도층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사회규범은 무시한 채

위와 같은 시대상의 반영을 통해 작가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은 그와 반대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 정이현이 원하는 꿈은 ‘강남’으로 대표되는 물질 만능주의도 아니고 그저 친구와 창가 옆에서 달착지근한 커피(55쪽)를 마시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기초자료

정이현(2007), 「삼풍백화점」, 『오늘의 거짓말』, 문학과지성사.

김지훈(2012), <타워>, CJ E&M.

 

 

논문 및 단행본

공종구(2006), 「소설이해의 사회학적 방법」, 『현대 소설론』, 한국현대소설학회.

김 현(1995), 『한국 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 문학과지성사.

유문무(2007), 「영화 속 재난에 나타난 사회적 함의와 그 성찰-<괴물>을 중심으로」, 『한국경 호경비학회지 13』, 한국경호경비학회.

정무권(2012), 「위험사회론과 사회적 위험의 역동성」,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제23권 제2호』, 서울행정학회.

홍성태(2010), 「붕괴사고와 사고사회 :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을 중심으로」『사회와역사, 통 권87호』, 한국사회사학회.

 

 

 

이동현, 「대한민국은 ‘재난민국’ … 비리구조가 ‘위험사회’ 주범」, 중앙SUNDAY NEWS, 2014년 5월 4일

-소설 「삼풍백화점」 영화 「타워」를 중심으로

 

 

I. 서론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III. 결론
* 참고문헌

 

 

 

I. 서론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며, 인생의 거울’이라고 한다. 특히 소설은 ‘사회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장르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시대상 반영을 그 장르적 표지로 삼는다.

 

문학은 꿈에 비추어 어떤 것이 어떻게 결핍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드러낸다. (중략) 그 부정적 드러냄을 통해서 사회는 어떤 것이 그 사회에 결핍되어 있으며, 어떤 것이 그 사회의 꿈인가를 역으로 인식한다.

 

위의 인용된 글에서 김현은 문학은 꿈이며 사회는 제도라고 말한다. 문학은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여 승화시키려 하는 반면, 사회는 이를 제도적으로 억압한다. 따라서 문학은 인간이 질서 있게 살아가기 위해 제도화시킨 것을, 쾌락 원칙에 의거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꿈에 비추어 재반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종구는 발자크의 「인간희극」을 읽고서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그 소설이야말로 당대의 시대상황에 관한 어떠한 통계자료나 경제학 서적보다 더 정확하고도 생생한 자료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한 평가, 그리고 이문열이 「변경」의 작가 후기에서 그 소설을 통해 ‘한국 근 현대사의 거대한 벽화’를 그려보겠다고 한 다짐 등의 진술들을 증거삼아 소설을 인생의 거울이나 사회적 기록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소설 속에 그려지고 있는 사회나 인물들의 양상이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그려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영화 또한 문학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사회상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생산되고 전 세계에 배포되어지며, 우리 사회에서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문학보다 많이 접하게 되는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문학과 영화는 떨어뜨릴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라는 서사를 기본으로 삼아 카메라로 촬영을 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문학을 기본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원천 소스는 곧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가 당대 사회적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문화의 주요 축인 영화에 대한 연구는 사회분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텍스트로서의 영화는 작가와 독자 간의 사회적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공간이다. 영화 속에 나타난 작가의 사회적 의식은 작가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의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의도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궁극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과 마찬가지로 영화 또한 당대의 사회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정이현의 「삼풍백화점」과 김지훈 감독의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삼풍백화점」은 1995년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을 당시에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소설 속의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사회는 당시의 현실 사회와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당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서울을 그리고 있다. 영화 <타워>는 여의도에 가상의 건물 타워스카이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이야기는 모두 재난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과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텍스트이다. 또한 자본도시 ‘서울’에서 가장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강남의 삼풍백화점과 타워팰리스라는 고소득자들의 거주지를 소재로 하여 물질만능주의에 치우친 세태를 문학이라는 정제된 언어와 영화라는 영상미로 나타내고 있다.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 문제들과 인물들의 분석을 통해 텍스트에 내포되어 있는 메타포가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삼풍백화점」에서는 정반대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주인공 ‘나’와 강북에서 홀로 생활하는 R을 중심으로 사건이 그려지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 그림과 같다.

 

 

 

 

 

 

 

 

 

 

 

 

[그림 1] 「삼풍백화점」의 등장인물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 모토롤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39쪽)

 

R의 집으로 가기 위해선 대문을 들어서서, 안채 옆으로 길게 뻗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어두웠고, 층계의 한 칸 사이가 멀어서 좀 힘들었다. (중략) 앉은뱅이 탁자에는 보라색 천이 덮여 있었다. (55쪽)

 

‘나’는 강남이라는 서울에서도 중심에 속하는 곳에서 깨끗한 침대에 생활하며 따뜻하게 성장하였다. 반면 R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은 ‘온화한’, ‘깨끗한’ 등의 밝은 톤의 단어들로 나타내고 R은 ‘어두운’, ‘좁은’ 등의 어두운 톤의 단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두 인물의 환경의 대비를 통해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는 서울의 양극화 문제를 의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중심 사건 이외에 다른 사건에서도 강남과 강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 W와 S는 강남의 거주하는 인물인지는 텍스트 안에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삼풍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굴지의 투자금융회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유추해 보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인물임은 알 수 있다. 이들은 대기업에 취업하고 국립대생 남자친구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 잠깐 ‘어쩌면 영재’로 오인 받았으나 지금은 대졸 실업자가 된 장녀에 대하여 부모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겠지만, 채근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딸의 월급을 생계에 보탤 필요가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51쪽)

 

하루에 환자 세 명만 받으면 저런 빌딩은 금방 올릴 수 있어요. 그런 말을 진심을 담아 하는 사람을, 텔레비전 드라마 안에서가 아니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51쪽)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주인공은 최악의 불효를 면하(51쪽)기 위해 어머니의 맞선 제안을 받게 된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딸의 월급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강남의 부모님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그녀의 딸이 경제력을 갖춘 이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주인공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세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강남의 맞선 업체는 그들의 집안, 학벌, 경제적 수준을 등급을 매겨 비슷한 수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새로운 사회계급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타포는 이러한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타워> 또한 「삼풍백화점」과 비슷하게 대립되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보다 좀 더 이분법적 사회 계급을 바라보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영솨 속 타워스카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층의 타워 팰리스의 회장인 조회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자본형 인물로 볼 수 있다. 자본, 즉 돈이 이 세상의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 중에 상승기류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헬기가 뜨지 못하자 그는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적인 파티, 즉 조회장의 이기심으로 인해 권력으로 헬기를 띄우게 되고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지고 만다.

 

 

 

 

 

 

 

 

 

 

 

 

 

 

[사진 1] <타워>에서 조회장이 헬기를 띄우라 지시하는 장면

 

다른 자본형 인물로는 ‘정치인 아내’를 들 수 있다. 이 인물은 이웃집에 이사 온 김장로를 ‘로또’라고 부르며 복권에 당첨된 김장로는 그저 벼락부자일 뿐 자신과는 다른 신분의 사람으로 바라본다. 또한 청소원인 정여사를 하등의 인간으로 취급하며, 건물 안에 갇힌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와 애완견을 걱정하는 모습을 비친다.

 

소방관 : 다른 사람들 어딨습니까?

정치인 아내 : 뭔 소리야, 어서 안전한 길이나 안내해요.

정치인 아내 : 어머, 우리 애기. 은세야. (소리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달려 온 소방관들을 향해 정치인은 오히려 늦었다고 타박을 한다. 정치인의 아내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자신의 애완견보다 못하다는 듯 사람들보다 자신의 애완견 ‘은세’와 남편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호통을 친다. 또한 마지막 헬기에 사람들이 모두 탑승하지 못했을 때 이륙하며 자신의 애완견에게 살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며 비인간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영화 <타워>는 조회장과 정치인 아내와 같은 자본형 인물과 청소원, 식당 종업원, 소방관 등 서민형 인물의 대립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공공연하게 약속되어진 사회적 계급에 대하여 꼬집고 있다.

 

 

 

 

 

 

 

 

 

 

 

 

 

 

[사진 2] <타워>에 자본형 인물 ‘정치인 아내’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한국 사회는 1950년대의 재건기를 거쳐서 1960년대 초부터 본격적 근대화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된 노력의 결과로 한국 사회는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경제성장과 거대한 문화변동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커다란 붕괴사고들도 그 중요한 예이다. 1970년 4월 8일에 일어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그 시작이었다면,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그 정점이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는 제도와 기술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부패가 만연해서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해도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마저도 부패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부정함을 고발하기 위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삼풍백화점의 붕괴 사고를 삽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구성은 두 가지의 이야기로 나뉘어졌다. 두 가지의 이야기를 분석하기 위해 이야기의 화소를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삼풍백화점이 무너짐
②1995년의 기억
③화자의 네 살, 1975년의 기억
④1995년, 6월 29일 53분 삼풍백화점
⑤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 화자의 대학 시절
⑥영화사 면접을 보는 ‘나’
⑦삼풍백화점 Q 매장을 지나감
⑧1995년 2월 R과의 만남
⑨맞선과 취업준비를 하는 ‘나’
⑩R과의 재 만남
⑪삼풍백화점 지하 일층
⑫R과 급속도로 친해짐
⑬R에게 호출을 남기는 ‘나’
⑭Q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⑮취직 후 R과 멀어짐
⑯삼풍백화점 붕괴
⑰싸이월드에서 R을 찾아보는 ‘나’
⑱과거를 회상하는 ‘나’

 

[표 1] 「삼풍백화점」의 화소

 

 

이야기는 크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과 주인공과 R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나뉜다. 우선 삼풍백화점을 서술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1989년 12월 개장한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의 초현대식 건물이었다. 1995년 6월 29일. (중략)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한 층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에 지나지 않았다. (39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장면은 감정이입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당시 객관적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초현대식 건물임을 강조하고 붕괴시간이 1초밖에 되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습적 악폐들이 성행하던 시기가 1995년이다.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의 불균형 발전을 비판하고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비리가 만연한 위험한 사회를 1초 만에 사라진 삼풍백화점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 북단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삼십 퍼센트에 달하는 강남 거주 학생들을 위해 다섯 대의 스쿨버스를 운행했다. 8학군에 전입한 지 만 삼십 개월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다른 학군에 배정받았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받아들일 수 없어 했고, 단체 전학 움직임이 일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는 최선의 성의를 보여야했다. (48쪽)

 

강북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 다녔던 주인공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게 된다. 현재 강남 8학군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전입하고 입시학원, 과외 등으로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은 주인공이 고등학교 다닐 당시에도 같았음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은 강남의 고등학교를 배정받았지만 강북의 학교로 배정이 변경된 것을 알고 전학 움직임을 일으켰고 학교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준비할 정도로 소위 강남 학부모들의 사회적 파급력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공동(空洞)으로 남아 있었으나, 2004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가 완공되기 몇 해 전에 나는 멀리 이사를 했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67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뒤 주인공은 멀리 이사를 가게 된다. 이십여 년을 살아온 강남이 그녀의 고향이지만 고향이 그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R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아니면 비리로 얼룩지고 물질만을 쫓는 세태에 대한 비관적 시선 때문일까? 그것은 독자인 우리의 몫이지만 어찌되었건 주인공은 강남을 떠나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위험’이라는 개념이 현대사회 변화의 중요한 특징과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울리히 벡(Ulrich Beck) 등이 중심이 되어 발전한 위험사회론(theories of risk societ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재난, 사고는 반드시 그 징조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에서 주인공 ‘나’가 삼풍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삼풍백화점의 붕괴의 조짐이 보였던 것처럼 영화 <타워> 또한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기 전 여러 가지 징조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행사 전 식당가 주방에서 인건의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화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Sprinkler)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조사하는 이대호는 스프링클러 배관에 물이 없는 것을 예상하지만 타워스카이의 실장인 차실장은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에만 신경을 쓰라고 호통을 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대호는 조사를 계속하고 스프링클러 배관이 건물 외벽으로 이동하면서 물이 얼어붙어 공급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 곳에서도 자본주의의 논리를 꼬집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용 공간을 위해 안전과 결부된 장치를 건물 외벽으로 옮김으로써 훗날에 벌어질 화재를 조기에 진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대호는 계속해서 차실장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소화기라도 더욱 배치할 것을 권하지만 차실장은 ‘사람이 융통성이 없어, 오늘은 파티 준비나 좀 하자고’라며 무시하고 만다.

 

 

 

 

 

 

 

 

 

 

 

 

 

 

[사진 3] <타워>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는 장면

 

가장 큰 문제는 조회장에게 있다. 상승기류가 빈번하게 발생해 돌풍이 빈번하게 일어나 헬기비행이 안전하지 않음을 보고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헬기를 띄우고 마는 것이다. 그는 또한 사람들이 많이 갇혀있음을 보고 받고도 인명 구조를 우선시 하기 보다는 자신의 타워스카이가 망할 것을 걱정하며 불길을 우선적으로 막겠다며 방화벽을 내리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다.

 

 

 

 

 

 

 

 

 

 

 

 

 

 

 

 

[사진 4] <타워>에서 조회장이 방화벽을 작동하는 장면

 

 

이처럼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에서 나타나는 재난 사건은 미리 울리히 벡의 주장처럼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고 물질주의 세태가 만연한 사회로 인해 텍스트에서 삼풍백화점 사건처럼 텍스트 밖에서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III. 결론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했다.

「삼풍백화점」에는 ‘삐삐’를 사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나 면접을 위해 제일 좋은 사진관을 찾는 모습. 삼풍백화점의 붕괴 모습, ‘싸이월드’를 사용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을 통해 그 당시 대학생들의 유행이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속에는 정제된 언어로 작가가 담담하게 서술하였지만 무너지는 삼풍백화점을 통해 1995년 당시에 비리로 얼룩진 사회의 모습과 강남과 강북의 부의 불균형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 <타워>에서는 한국사회, 특히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여의도에 지어진 가상의 초고층 주상복합 타워스카이가 등장한다. 타워스카이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삼풍백화점」에 나오는 강남 엄마들과 주인공 ‘나’의 엄마, 맞선남 의사 등과 같이 여러 자본형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자본형 인물들 중 조회장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안전을 등한시하고 최고급 타워라는 이미지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은 안위에도 없는 모습을 보이는 등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정치인 아내 또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이 정치인이라는 사회 지도층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사회규범은 무시한 채

위와 같은 시대상의 반영을 통해 작가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은 그와 반대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 정이현이 원하는 꿈은 ‘강남’으로 대표되는 물질 만능주의도 아니고 그저 친구와 창가 옆에서 달착지근한 커피(55쪽)를 마시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기초자료

정이현(2007), 「삼풍백화점」, 『오늘의 거짓말』, 문학과지성사.

김지훈(2012), <타워>, CJ E&M.

 

 

논문 및 단행본

공종구(2006), 「소설이해의 사회학적 방법」, 『현대 소설론』, 한국현대소설학회.

김 현(1995), 『한국 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 문학과지성사.

유문무(2007), 「영화 속 재난에 나타난 사회적 함의와 그 성찰-<괴물>을 중심으로」, 『한국경 호경비학회지 13』, 한국경호경비학회.

정무권(2012), 「위험사회론과 사회적 위험의 역동성」,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제23권 제2호』, 서울행정학회.

홍성태(2010), 「붕괴사고와 사고사회 :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을 중심으로」『사회와역사, 통 권87호』, 한국사회사학회.

 

 

 

이동현, 「대한민국은 ‘재난민국’ … 비리구조가 ‘위험사회’ 주범」, 중앙SUNDAY NEWS, 2014년 5월 4일

-소설 「삼풍백화점」 영화 「타워」를 중심으로

 

 

I. 서론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III. 결론
* 참고문헌

 

 

 

I. 서론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며, 인생의 거울’이라고 한다. 특히 소설은 ‘사회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장르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시대상 반영을 그 장르적 표지로 삼는다.

 

문학은 꿈에 비추어 어떤 것이 어떻게 결핍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드러낸다. (중략) 그 부정적 드러냄을 통해서 사회는 어떤 것이 그 사회에 결핍되어 있으며, 어떤 것이 그 사회의 꿈인가를 역으로 인식한다.

 

위의 인용된 글에서 김현은 문학은 꿈이며 사회는 제도라고 말한다. 문학은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여 승화시키려 하는 반면, 사회는 이를 제도적으로 억압한다. 따라서 문학은 인간이 질서 있게 살아가기 위해 제도화시킨 것을, 쾌락 원칙에 의거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꿈에 비추어 재반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종구는 발자크의 「인간희극」을 읽고서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그 소설이야말로 당대의 시대상황에 관한 어떠한 통계자료나 경제학 서적보다 더 정확하고도 생생한 자료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한 평가, 그리고 이문열이 「변경」의 작가 후기에서 그 소설을 통해 ‘한국 근 현대사의 거대한 벽화’를 그려보겠다고 한 다짐 등의 진술들을 증거삼아 소설을 인생의 거울이나 사회적 기록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소설 속에 그려지고 있는 사회나 인물들의 양상이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그려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영화 또한 문학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사회상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생산되고 전 세계에 배포되어지며, 우리 사회에서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문학보다 많이 접하게 되는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문학과 영화는 떨어뜨릴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라는 서사를 기본으로 삼아 카메라로 촬영을 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문학을 기본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원천 소스는 곧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가 당대 사회적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문화의 주요 축인 영화에 대한 연구는 사회분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텍스트로서의 영화는 작가와 독자 간의 사회적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공간이다. 영화 속에 나타난 작가의 사회적 의식은 작가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의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의도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궁극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과 마찬가지로 영화 또한 당대의 사회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정이현의 「삼풍백화점」과 김지훈 감독의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삼풍백화점」은 1995년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을 당시에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소설 속의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사회는 당시의 현실 사회와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당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서울을 그리고 있다. 영화 <타워>는 여의도에 가상의 건물 타워스카이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이야기는 모두 재난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과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텍스트이다. 또한 자본도시 ‘서울’에서 가장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강남의 삼풍백화점과 타워팰리스라는 고소득자들의 거주지를 소재로 하여 물질만능주의에 치우친 세태를 문학이라는 정제된 언어와 영화라는 영상미로 나타내고 있다.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 문제들과 인물들의 분석을 통해 텍스트에 내포되어 있는 메타포가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삼풍백화점」에서는 정반대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주인공 ‘나’와 강북에서 홀로 생활하는 R을 중심으로 사건이 그려지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 그림과 같다.

 

 

 

 

 

 

 

 

 

 

 

 

[그림 1] 「삼풍백화점」의 등장인물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 모토롤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39쪽)

 

R의 집으로 가기 위해선 대문을 들어서서, 안채 옆으로 길게 뻗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어두웠고, 층계의 한 칸 사이가 멀어서 좀 힘들었다. (중략) 앉은뱅이 탁자에는 보라색 천이 덮여 있었다. (55쪽)

 

‘나’는 강남이라는 서울에서도 중심에 속하는 곳에서 깨끗한 침대에 생활하며 따뜻하게 성장하였다. 반면 R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은 ‘온화한’, ‘깨끗한’ 등의 밝은 톤의 단어들로 나타내고 R은 ‘어두운’, ‘좁은’ 등의 어두운 톤의 단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두 인물의 환경의 대비를 통해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는 서울의 양극화 문제를 의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중심 사건 이외에 다른 사건에서도 강남과 강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 W와 S는 강남의 거주하는 인물인지는 텍스트 안에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삼풍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굴지의 투자금융회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유추해 보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인물임은 알 수 있다. 이들은 대기업에 취업하고 국립대생 남자친구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 잠깐 ‘어쩌면 영재’로 오인 받았으나 지금은 대졸 실업자가 된 장녀에 대하여 부모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겠지만, 채근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딸의 월급을 생계에 보탤 필요가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51쪽)

 

하루에 환자 세 명만 받으면 저런 빌딩은 금방 올릴 수 있어요. 그런 말을 진심을 담아 하는 사람을, 텔레비전 드라마 안에서가 아니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51쪽)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주인공은 최악의 불효를 면하(51쪽)기 위해 어머니의 맞선 제안을 받게 된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딸의 월급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강남의 부모님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그녀의 딸이 경제력을 갖춘 이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주인공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세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강남의 맞선 업체는 그들의 집안, 학벌, 경제적 수준을 등급을 매겨 비슷한 수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새로운 사회계급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타포는 이러한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타워> 또한 「삼풍백화점」과 비슷하게 대립되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보다 좀 더 이분법적 사회 계급을 바라보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영솨 속 타워스카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층의 타워 팰리스의 회장인 조회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자본형 인물로 볼 수 있다. 자본, 즉 돈이 이 세상의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 중에 상승기류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헬기가 뜨지 못하자 그는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적인 파티, 즉 조회장의 이기심으로 인해 권력으로 헬기를 띄우게 되고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지고 만다.

 

 

 

 

 

 

 

 

 

 

 

 

 

 

[사진 1] <타워>에서 조회장이 헬기를 띄우라 지시하는 장면

 

다른 자본형 인물로는 ‘정치인 아내’를 들 수 있다. 이 인물은 이웃집에 이사 온 김장로를 ‘로또’라고 부르며 복권에 당첨된 김장로는 그저 벼락부자일 뿐 자신과는 다른 신분의 사람으로 바라본다. 또한 청소원인 정여사를 하등의 인간으로 취급하며, 건물 안에 갇힌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와 애완견을 걱정하는 모습을 비친다.

 

소방관 : 다른 사람들 어딨습니까?

정치인 아내 : 뭔 소리야, 어서 안전한 길이나 안내해요.

정치인 아내 : 어머, 우리 애기. 은세야. (소리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달려 온 소방관들을 향해 정치인은 오히려 늦었다고 타박을 한다. 정치인의 아내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자신의 애완견보다 못하다는 듯 사람들보다 자신의 애완견 ‘은세’와 남편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호통을 친다. 또한 마지막 헬기에 사람들이 모두 탑승하지 못했을 때 이륙하며 자신의 애완견에게 살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며 비인간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영화 <타워>는 조회장과 정치인 아내와 같은 자본형 인물과 청소원, 식당 종업원, 소방관 등 서민형 인물의 대립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공공연하게 약속되어진 사회적 계급에 대하여 꼬집고 있다.

 

 

 

 

 

 

 

 

 

 

 

 

 

 

[사진 2] <타워>에 자본형 인물 ‘정치인 아내’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한국 사회는 1950년대의 재건기를 거쳐서 1960년대 초부터 본격적 근대화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된 노력의 결과로 한국 사회는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경제성장과 거대한 문화변동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커다란 붕괴사고들도 그 중요한 예이다. 1970년 4월 8일에 일어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그 시작이었다면,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그 정점이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는 제도와 기술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부패가 만연해서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해도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마저도 부패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부정함을 고발하기 위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삼풍백화점의 붕괴 사고를 삽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구성은 두 가지의 이야기로 나뉘어졌다. 두 가지의 이야기를 분석하기 위해 이야기의 화소를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삼풍백화점이 무너짐
②1995년의 기억
③화자의 네 살, 1975년의 기억
④1995년, 6월 29일 53분 삼풍백화점
⑤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 화자의 대학 시절
⑥영화사 면접을 보는 ‘나’
⑦삼풍백화점 Q 매장을 지나감
⑧1995년 2월 R과의 만남
⑨맞선과 취업준비를 하는 ‘나’
⑩R과의 재 만남
⑪삼풍백화점 지하 일층
⑫R과 급속도로 친해짐
⑬R에게 호출을 남기는 ‘나’
⑭Q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⑮취직 후 R과 멀어짐
⑯삼풍백화점 붕괴
⑰싸이월드에서 R을 찾아보는 ‘나’
⑱과거를 회상하는 ‘나’

 

[표 1] 「삼풍백화점」의 화소

 

 

이야기는 크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과 주인공과 R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나뉜다. 우선 삼풍백화점을 서술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1989년 12월 개장한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의 초현대식 건물이었다. 1995년 6월 29일. (중략)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한 층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에 지나지 않았다. (39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장면은 감정이입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당시 객관적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초현대식 건물임을 강조하고 붕괴시간이 1초밖에 되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습적 악폐들이 성행하던 시기가 1995년이다.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의 불균형 발전을 비판하고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비리가 만연한 위험한 사회를 1초 만에 사라진 삼풍백화점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 북단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삼십 퍼센트에 달하는 강남 거주 학생들을 위해 다섯 대의 스쿨버스를 운행했다. 8학군에 전입한 지 만 삼십 개월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다른 학군에 배정받았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받아들일 수 없어 했고, 단체 전학 움직임이 일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는 최선의 성의를 보여야했다. (48쪽)

 

강북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 다녔던 주인공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게 된다. 현재 강남 8학군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전입하고 입시학원, 과외 등으로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은 주인공이 고등학교 다닐 당시에도 같았음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은 강남의 고등학교를 배정받았지만 강북의 학교로 배정이 변경된 것을 알고 전학 움직임을 일으켰고 학교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준비할 정도로 소위 강남 학부모들의 사회적 파급력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공동(空洞)으로 남아 있었으나, 2004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가 완공되기 몇 해 전에 나는 멀리 이사를 했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67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뒤 주인공은 멀리 이사를 가게 된다. 이십여 년을 살아온 강남이 그녀의 고향이지만 고향이 그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R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아니면 비리로 얼룩지고 물질만을 쫓는 세태에 대한 비관적 시선 때문일까? 그것은 독자인 우리의 몫이지만 어찌되었건 주인공은 강남을 떠나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위험’이라는 개념이 현대사회 변화의 중요한 특징과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울리히 벡(Ulrich Beck) 등이 중심이 되어 발전한 위험사회론(theories of risk societ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재난, 사고는 반드시 그 징조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에서 주인공 ‘나’가 삼풍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삼풍백화점의 붕괴의 조짐이 보였던 것처럼 영화 <타워> 또한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기 전 여러 가지 징조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행사 전 식당가 주방에서 인건의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화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Sprinkler)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조사하는 이대호는 스프링클러 배관에 물이 없는 것을 예상하지만 타워스카이의 실장인 차실장은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에만 신경을 쓰라고 호통을 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대호는 조사를 계속하고 스프링클러 배관이 건물 외벽으로 이동하면서 물이 얼어붙어 공급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 곳에서도 자본주의의 논리를 꼬집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용 공간을 위해 안전과 결부된 장치를 건물 외벽으로 옮김으로써 훗날에 벌어질 화재를 조기에 진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대호는 계속해서 차실장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소화기라도 더욱 배치할 것을 권하지만 차실장은 ‘사람이 융통성이 없어, 오늘은 파티 준비나 좀 하자고’라며 무시하고 만다.

 

 

 

 

 

 

 

 

 

 

 

 

 

 

[사진 3] <타워>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는 장면

 

가장 큰 문제는 조회장에게 있다. 상승기류가 빈번하게 발생해 돌풍이 빈번하게 일어나 헬기비행이 안전하지 않음을 보고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헬기를 띄우고 마는 것이다. 그는 또한 사람들이 많이 갇혀있음을 보고 받고도 인명 구조를 우선시 하기 보다는 자신의 타워스카이가 망할 것을 걱정하며 불길을 우선적으로 막겠다며 방화벽을 내리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다.

 

 

 

 

 

 

 

 

 

 

 

 

 

 

 

 

[사진 4] <타워>에서 조회장이 방화벽을 작동하는 장면

 

 

이처럼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에서 나타나는 재난 사건은 미리 울리히 벡의 주장처럼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고 물질주의 세태가 만연한 사회로 인해 텍스트에서 삼풍백화점 사건처럼 텍스트 밖에서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III. 결론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했다.

「삼풍백화점」에는 ‘삐삐’를 사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나 면접을 위해 제일 좋은 사진관을 찾는 모습. 삼풍백화점의 붕괴 모습, ‘싸이월드’를 사용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을 통해 그 당시 대학생들의 유행이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속에는 정제된 언어로 작가가 담담하게 서술하였지만 무너지는 삼풍백화점을 통해 1995년 당시에 비리로 얼룩진 사회의 모습과 강남과 강북의 부의 불균형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 <타워>에서는 한국사회, 특히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여의도에 지어진 가상의 초고층 주상복합 타워스카이가 등장한다. 타워스카이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삼풍백화점」에 나오는 강남 엄마들과 주인공 ‘나’의 엄마, 맞선남 의사 등과 같이 여러 자본형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자본형 인물들 중 조회장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안전을 등한시하고 최고급 타워라는 이미지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은 안위에도 없는 모습을 보이는 등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정치인 아내 또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이 정치인이라는 사회 지도층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사회규범은 무시한 채

위와 같은 시대상의 반영을 통해 작가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은 그와 반대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 정이현이 원하는 꿈은 ‘강남’으로 대표되는 물질 만능주의도 아니고 그저 친구와 창가 옆에서 달착지근한 커피(55쪽)를 마시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기초자료

정이현(2007), 「삼풍백화점」, 『오늘의 거짓말』, 문학과지성사.

김지훈(2012), <타워>, CJ E&M.

 

 

논문 및 단행본

공종구(2006), 「소설이해의 사회학적 방법」, 『현대 소설론』, 한국현대소설학회.

김 현(1995), 『한국 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 문학과지성사.

유문무(2007), 「영화 속 재난에 나타난 사회적 함의와 그 성찰-<괴물>을 중심으로」, 『한국경 호경비학회지 13』, 한국경호경비학회.

정무권(2012), 「위험사회론과 사회적 위험의 역동성」,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제23권 제2호』, 서울행정학회.

홍성태(2010), 「붕괴사고와 사고사회 :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을 중심으로」『사회와역사, 통 권87호』, 한국사회사학회.

 

 

 

이동현, 「대한민국은 ‘재난민국’ … 비리구조가 ‘위험사회’ 주범」, 중앙SUNDAY NEWS, 2014년 5월 4일

-소설 「삼풍백화점」 영화 「타워」를 중심으로

 

 

I. 서론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III. 결론
* 참고문헌

 

 

 

I. 서론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며, 인생의 거울’이라고 한다. 특히 소설은 ‘사회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장르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시대상 반영을 그 장르적 표지로 삼는다.

 

문학은 꿈에 비추어 어떤 것이 어떻게 결핍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드러낸다. (중략) 그 부정적 드러냄을 통해서 사회는 어떤 것이 그 사회에 결핍되어 있으며, 어떤 것이 그 사회의 꿈인가를 역으로 인식한다.

 

위의 인용된 글에서 김현은 문학은 꿈이며 사회는 제도라고 말한다. 문학은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여 승화시키려 하는 반면, 사회는 이를 제도적으로 억압한다. 따라서 문학은 인간이 질서 있게 살아가기 위해 제도화시킨 것을, 쾌락 원칙에 의거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꿈에 비추어 재반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종구는 발자크의 「인간희극」을 읽고서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그 소설이야말로 당대의 시대상황에 관한 어떠한 통계자료나 경제학 서적보다 더 정확하고도 생생한 자료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한 평가, 그리고 이문열이 「변경」의 작가 후기에서 그 소설을 통해 ‘한국 근 현대사의 거대한 벽화’를 그려보겠다고 한 다짐 등의 진술들을 증거삼아 소설을 인생의 거울이나 사회적 기록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소설 속에 그려지고 있는 사회나 인물들의 양상이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그려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영화 또한 문학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사회상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생산되고 전 세계에 배포되어지며, 우리 사회에서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문학보다 많이 접하게 되는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문학과 영화는 떨어뜨릴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라는 서사를 기본으로 삼아 카메라로 촬영을 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문학을 기본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원천 소스는 곧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가 당대 사회적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문화의 주요 축인 영화에 대한 연구는 사회분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텍스트로서의 영화는 작가와 독자 간의 사회적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공간이다. 영화 속에 나타난 작가의 사회적 의식은 작가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의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의도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궁극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과 마찬가지로 영화 또한 당대의 사회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정이현의 「삼풍백화점」과 김지훈 감독의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삼풍백화점」은 1995년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을 당시에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소설 속의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사회는 당시의 현실 사회와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당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서울을 그리고 있다. 영화 <타워>는 여의도에 가상의 건물 타워스카이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이야기는 모두 재난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과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텍스트이다. 또한 자본도시 ‘서울’에서 가장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강남의 삼풍백화점과 타워팰리스라는 고소득자들의 거주지를 소재로 하여 물질만능주의에 치우친 세태를 문학이라는 정제된 언어와 영화라는 영상미로 나타내고 있다.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 문제들과 인물들의 분석을 통해 텍스트에 내포되어 있는 메타포가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II. 본론

1. 소설과 영화에 나타난 서울 사람들

 

「삼풍백화점」에서는 정반대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주인공 ‘나’와 강북에서 홀로 생활하는 R을 중심으로 사건이 그려지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 그림과 같다.

 

 

 

 

 

 

 

 

 

 

 

 

[그림 1] 「삼풍백화점」의 등장인물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 모토롤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39쪽)

 

R의 집으로 가기 위해선 대문을 들어서서, 안채 옆으로 길게 뻗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어두웠고, 층계의 한 칸 사이가 멀어서 좀 힘들었다. (중략) 앉은뱅이 탁자에는 보라색 천이 덮여 있었다. (55쪽)

 

‘나’는 강남이라는 서울에서도 중심에 속하는 곳에서 깨끗한 침대에 생활하며 따뜻하게 성장하였다. 반면 R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은 ‘온화한’, ‘깨끗한’ 등의 밝은 톤의 단어들로 나타내고 R은 ‘어두운’, ‘좁은’ 등의 어두운 톤의 단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두 인물의 환경의 대비를 통해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는 서울의 양극화 문제를 의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중심 사건 이외에 다른 사건에서도 강남과 강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 W와 S는 강남의 거주하는 인물인지는 텍스트 안에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삼풍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굴지의 투자금융회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유추해 보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인물임은 알 수 있다. 이들은 대기업에 취업하고 국립대생 남자친구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 잠깐 ‘어쩌면 영재’로 오인 받았으나 지금은 대졸 실업자가 된 장녀에 대하여 부모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겠지만, 채근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딸의 월급을 생계에 보탤 필요가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51쪽)

 

하루에 환자 세 명만 받으면 저런 빌딩은 금방 올릴 수 있어요. 그런 말을 진심을 담아 하는 사람을, 텔레비전 드라마 안에서가 아니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51쪽)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주인공은 최악의 불효를 면하(51쪽)기 위해 어머니의 맞선 제안을 받게 된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딸의 월급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강남의 부모님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그녀의 딸이 경제력을 갖춘 이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주인공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세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강남의 맞선 업체는 그들의 집안, 학벌, 경제적 수준을 등급을 매겨 비슷한 수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새로운 사회계급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타포는 이러한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타워> 또한 「삼풍백화점」과 비슷하게 대립되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보다 좀 더 이분법적 사회 계급을 바라보는 인물들로 형성되어 있다. 영솨 속 타워스카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층의 타워 팰리스의 회장인 조회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자본형 인물로 볼 수 있다. 자본, 즉 돈이 이 세상의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 중에 상승기류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헬기가 뜨지 못하자 그는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적인 파티, 즉 조회장의 이기심으로 인해 권력으로 헬기를 띄우게 되고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지고 만다.

 

 

 

 

 

 

 

 

 

 

 

 

 

 

[사진 1] <타워>에서 조회장이 헬기를 띄우라 지시하는 장면

 

다른 자본형 인물로는 ‘정치인 아내’를 들 수 있다. 이 인물은 이웃집에 이사 온 김장로를 ‘로또’라고 부르며 복권에 당첨된 김장로는 그저 벼락부자일 뿐 자신과는 다른 신분의 사람으로 바라본다. 또한 청소원인 정여사를 하등의 인간으로 취급하며, 건물 안에 갇힌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와 애완견을 걱정하는 모습을 비친다.

 

소방관 : 다른 사람들 어딨습니까?

정치인 아내 : 뭔 소리야, 어서 안전한 길이나 안내해요.

정치인 아내 : 어머, 우리 애기. 은세야. (소리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달려 온 소방관들을 향해 정치인은 오히려 늦었다고 타박을 한다. 정치인의 아내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자신의 애완견보다 못하다는 듯 사람들보다 자신의 애완견 ‘은세’와 남편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호통을 친다. 또한 마지막 헬기에 사람들이 모두 탑승하지 못했을 때 이륙하며 자신의 애완견에게 살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며 비인간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영화 <타워>는 조회장과 정치인 아내와 같은 자본형 인물과 청소원, 식당 종업원, 소방관 등 서민형 인물의 대립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공공연하게 약속되어진 사회적 계급에 대하여 꼬집고 있다.

 

 

 

 

 

 

 

 

 

 

 

 

 

 

[사진 2] <타워>에 자본형 인물 ‘정치인 아내’

 

 

2. 사건 속 위험사회 서울

 

한국 사회는 1950년대의 재건기를 거쳐서 1960년대 초부터 본격적 근대화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된 노력의 결과로 한국 사회는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경제성장과 거대한 문화변동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커다란 붕괴사고들도 그 중요한 예이다. 1970년 4월 8일에 일어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그 시작이었다면,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그 정점이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는 제도와 기술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부패가 만연해서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해도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마저도 부패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부정함을 고발하기 위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삼풍백화점의 붕괴 사고를 삽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구성은 두 가지의 이야기로 나뉘어졌다. 두 가지의 이야기를 분석하기 위해 이야기의 화소를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삼풍백화점이 무너짐
②1995년의 기억
③화자의 네 살, 1975년의 기억
④1995년, 6월 29일 53분 삼풍백화점
⑤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 화자의 대학 시절
⑥영화사 면접을 보는 ‘나’
⑦삼풍백화점 Q 매장을 지나감
⑧1995년 2월 R과의 만남
⑨맞선과 취업준비를 하는 ‘나’
⑩R과의 재 만남
⑪삼풍백화점 지하 일층
⑫R과 급속도로 친해짐
⑬R에게 호출을 남기는 ‘나’
⑭Q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⑮취직 후 R과 멀어짐
⑯삼풍백화점 붕괴
⑰싸이월드에서 R을 찾아보는 ‘나’
⑱과거를 회상하는 ‘나’

 

[표 1] 「삼풍백화점」의 화소

 

 

이야기는 크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과 주인공과 R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나뉜다. 우선 삼풍백화점을 서술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1989년 12월 개장한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의 초현대식 건물이었다. 1995년 6월 29일. (중략)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한 층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에 지나지 않았다. (39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장면은 감정이입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당시 객관적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초현대식 건물임을 강조하고 붕괴시간이 1초밖에 되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습적 악폐들이 성행하던 시기가 1995년이다.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의 불균형 발전을 비판하고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비리가 만연한 위험한 사회를 1초 만에 사라진 삼풍백화점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 북단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삼십 퍼센트에 달하는 강남 거주 학생들을 위해 다섯 대의 스쿨버스를 운행했다. 8학군에 전입한 지 만 삼십 개월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다른 학군에 배정받았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받아들일 수 없어 했고, 단체 전학 움직임이 일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는 최선의 성의를 보여야했다. (48쪽)

 

강북에 위치한 Z여자고등학교에 다녔던 주인공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게 된다. 현재 강남 8학군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전입하고 입시학원, 과외 등으로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은 주인공이 고등학교 다닐 당시에도 같았음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은 강남의 고등학교를 배정받았지만 강북의 학교로 배정이 변경된 것을 알고 전학 움직임을 일으켰고 학교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준비할 정도로 소위 강남 학부모들의 사회적 파급력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공동(空洞)으로 남아 있었으나, 2004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가 완공되기 몇 해 전에 나는 멀리 이사를 했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67쪽)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뒤 주인공은 멀리 이사를 가게 된다. 이십여 년을 살아온 강남이 그녀의 고향이지만 고향이 그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R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아니면 비리로 얼룩지고 물질만을 쫓는 세태에 대한 비관적 시선 때문일까? 그것은 독자인 우리의 몫이지만 어찌되었건 주인공은 강남을 떠나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위험’이라는 개념이 현대사회 변화의 중요한 특징과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울리히 벡(Ulrich Beck) 등이 중심이 되어 발전한 위험사회론(theories of risk societ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재난, 사고는 반드시 그 징조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에서 주인공 ‘나’가 삼풍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삼풍백화점의 붕괴의 조짐이 보였던 것처럼 영화 <타워> 또한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기 전 여러 가지 징조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행사 전 식당가 주방에서 인건의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화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Sprinkler)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조사하는 이대호는 스프링클러 배관에 물이 없는 것을 예상하지만 타워스카이의 실장인 차실장은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에만 신경을 쓰라고 호통을 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대호는 조사를 계속하고 스프링클러 배관이 건물 외벽으로 이동하면서 물이 얼어붙어 공급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 곳에서도 자본주의의 논리를 꼬집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용 공간을 위해 안전과 결부된 장치를 건물 외벽으로 옮김으로써 훗날에 벌어질 화재를 조기에 진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대호는 계속해서 차실장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소화기라도 더욱 배치할 것을 권하지만 차실장은 ‘사람이 융통성이 없어, 오늘은 파티 준비나 좀 하자고’라며 무시하고 만다.

 

 

 

 

 

 

 

 

 

 

 

 

 

 

[사진 3] <타워>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는 장면

 

가장 큰 문제는 조회장에게 있다. 상승기류가 빈번하게 발생해 돌풍이 빈번하게 일어나 헬기비행이 안전하지 않음을 보고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헬기를 띄우고 마는 것이다. 그는 또한 사람들이 많이 갇혀있음을 보고 받고도 인명 구조를 우선시 하기 보다는 자신의 타워스카이가 망할 것을 걱정하며 불길을 우선적으로 막겠다며 방화벽을 내리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다.

 

 

 

 

 

 

 

 

 

 

 

 

 

 

 

 

[사진 4] <타워>에서 조회장이 방화벽을 작동하는 장면

 

 

이처럼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에서 나타나는 재난 사건은 미리 울리히 벡의 주장처럼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고 물질주의 세태가 만연한 사회로 인해 텍스트에서 삼풍백화점 사건처럼 텍스트 밖에서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III. 결론

 

본고는 문학이 사회의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승화시킨다는 문학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해 「삼풍백화점」과 영화 <타워>를 분석하고자 했다.

「삼풍백화점」에는 ‘삐삐’를 사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나 면접을 위해 제일 좋은 사진관을 찾는 모습. 삼풍백화점의 붕괴 모습, ‘싸이월드’를 사용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을 통해 그 당시 대학생들의 유행이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속에는 정제된 언어로 작가가 담담하게 서술하였지만 무너지는 삼풍백화점을 통해 1995년 당시에 비리로 얼룩진 사회의 모습과 강남과 강북의 부의 불균형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 <타워>에서는 한국사회, 특히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배경으로 여의도에 지어진 가상의 초고층 주상복합 타워스카이가 등장한다. 타워스카이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삼풍백화점」에 나오는 강남 엄마들과 주인공 ‘나’의 엄마, 맞선남 의사 등과 같이 여러 자본형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자본형 인물들 중 조회장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안전을 등한시하고 최고급 타워라는 이미지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은 안위에도 없는 모습을 보이는 등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정치인 아내 또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이 정치인이라는 사회 지도층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사회규범은 무시한 채

위와 같은 시대상의 반영을 통해 작가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은 그와 반대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 정이현이 원하는 꿈은 ‘강남’으로 대표되는 물질 만능주의도 아니고 그저 친구와 창가 옆에서 달착지근한 커피(55쪽)를 마시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기초자료

정이현(2007), 「삼풍백화점」, 『오늘의 거짓말』, 문학과지성사.

김지훈(2012), <타워>, CJ E&M.

 

 

논문 및 단행본

공종구(2006), 「소설이해의 사회학적 방법」, 『현대 소설론』, 한국현대소설학회.

김 현(1995), 『한국 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 문학과지성사.

유문무(2007), 「영화 속 재난에 나타난 사회적 함의와 그 성찰-<괴물>을 중심으로」, 『한국경 호경비학회지 13』, 한국경호경비학회.

정무권(2012), 「위험사회론과 사회적 위험의 역동성」,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제23권 제2호』, 서울행정학회.

홍성태(2010), 「붕괴사고와 사고사회 :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을 중심으로」『사회와역사, 통 권87호』, 한국사회사학회.

 

 

 

이동현, 「대한민국은 ‘재난민국’ … 비리구조가 ‘위험사회’ 주범」, 중앙SUNDAY NEWS, 201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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