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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_홍길동전_문화콘텐츠로서의가능성_쾌도홍길동

 

 

 

본고는 아무 것도 몰랐던 대학교 4학년 학위 논문으로 작성했던 것이다.

지금 보면 굉장히 어설프고 이게 무슨 문장이지? 싶기도 하고, 왜 내가 작성하지 않은 글 같은데 각주가 안 달려 있지도 싶고 참 어설픈 글이 아닐 수 없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교수님을 만나며 참 무지함을 깨달았던 시기가 한~~참 지나고 이제 와서 살짝 보니 더 이상 읽어줄 수 없는 글인 거 같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소설의 OSMU로 가장 적합한 것이 홍길동전이 아닌가 싶어 오래된 메일에서 찾은 학위논문이니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ㅎ

 

Ⅰ.서론

 

1.연구 목적

 

‘디지털’로 대표되는 매체 기술의 변화가 서사문학에 끼치는 영향력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비유될 정도로 막대하다. 특히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집약적인 변모를 보이는데, 우리의 대표적 서사문학인 고전소설 또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위기의 영역으로 몰렸던 인문학의 한 부류인, 고전소설이 디지털 기술과 맞물려 무한 가능성의 원천 소스가 됨으로써 다양한 분야로 활용 가치를 높여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상응할 만한 내실 있는 콘텐츠가 확보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와 결핍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더없이 좋은 증거이다. 디지털 기술의 진전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거의 모든 매체에 걸쳐 획기적인 다변화를 불러 왔지만, 결국 소재의 고갈이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서 일종의 재활용적인 측면을 주시하게 된 것이다.

특히 고전소설의 경우에는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 이전에 개화기 시대부터 개화기소설이나 영화 등의 현대물로 재창작 돼 그 활용 가능성을 이미 시험해 온 분야이기 때문에 창작 소재로서의 가치를 비교적 빨리 인정받았다. 때문에 영화뿐만 아니라 TV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 오늘날 향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문화콘텐츠, 특히 방송이나 영상매체와 관련된 분야의 중요한 소재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무엇보다 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고전소설의 문화적 속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오늘날 다양한 장르의 문화콘텐츠가 수용자의 욕구를 충족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변용되고 있는 상황적 측면과 상당히 유사한 점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런 고전소설의 활용 분야 가운데. 특히 TV 드라마로 대표되는 방송콘텐츠 분야에서의 수용 양상에 주목하고자 한다.TV는 현대인들이 문화생활 속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영상 매체로, 영향력이나 파급력도 여타 매체를 초월해 월등한 존재이다. 이런 TV를 매개로 한 문화의 장에서 고전소설은 드라마라는 영상과 문학이 적절히 어우러진 장르적 형태의 전환으로 새로운 가치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TV 드라마가 문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지 예는 많지 않다. 텔레비전 매체가 갖는 속성이나 드라마의 사회적 기능을 주목한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는 이어지고 있지만, ‘드라마’라고 하는 문학적 속성에 주목한 연구 성과는 많지 않을뿐더러, 영상이라고 하는 표현수단이 문학연구자들로 하여금 거리감을 갖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로 대변되는 21세기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문화적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읽히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던 문학이 이제는 보고 듣는 형태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TV 드라마라고 하는 방송콘텐츠로 전환된 고전소설의 모습을 살피는 것은 고전소설이 우리의 오랜 전통을 토대로 한 서사인 만큼 텔레비전 드라마의 한국적 아이콘 창출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TV 드라마를 정점으로 하는 ‘한류’라고 하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과 관련해 문화상품이 결국 부가가치의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문화 상품의 개발을 위한 문화 원형으로서의 고전소설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찰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특히 고전소설의 대중성을 이어받아 시청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모았던 TV 드라마 <<쾌도 홍길동>>과 고전소설 『홍길동전』을 구체적으로 살피면서 두 장르의 관련 양상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홍길동전』뿐만 아니라 여타의 고전소설 작품과 고전소설을 바탕으로 창작된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도 논의의 기초를 위해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홍길동전』은 당대 현실에 실재했던 적서차별 등 신분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주제의식이 뚜렷한 작품이다. 특히 그 작품 경향에 있어서『금오신화』에서 마련된 현실주의적 경향과 강렬한 사회 비판적 성격, 진보적인 역사의식을 이어 받아, 후대의 연암소설과 판소리계 소설 등의 작품으로 넘겨주는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소설사적 의의를 가진다. 고전소설 연구 초기에는 “허균이 지은 최초의 한글소설”이라고 알려졌던 작품으로, 현재도 중학교 교과과정에서는 허균이 지은 한글소설로 가르치고 있지만, 고전소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작자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서 당대의 사회문제인 적서차별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고전소설 가운데 주목되는 작품이라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홍길동전』은 4편의 영화로 만들어졌으며,TV드라마와 게임으로 각각 2편이 제작됐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영화로 만들어진『홍길동전』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 됐으며, 대부분 각색의 형태로 고전소설과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로 변신한『홍길동전』은 익숙한 주제와 구성도 불구하고 매번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방송사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때문에 고전소설『홍길동전』이 드라마 <<쾌도 홍길동>>이라는 방송콘텐츠로 거듭난 수용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고전소설의 활용 가능성에 관한 표본으로 삼을 수 있는 기초 작업이 될 것이다. 또한 고전소설의 현대적 수용 양상과 흐름, 더 나아가 다양한 유형의 방송콘텐츠나 문화콘텐츠로의 활용 방안 모색을 통해 고전소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고는 무엇보다 고전과 현대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적 장르인 고전소설과 방송드라마의 대표 작품 『홍길동전』과 <<쾌도 홍길동>> 양자를 직접적으로 비교 분석함으로써,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방송콘텐츠 원전으로서의 고전소설의 가치와 구체적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 초석을 다지는 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Ⅱ.방송콘텐츠로서의 고전소설 수용

 

대중문화의 전통적 강자라고 할 수 있는 TV드라마에 대한 고전소설 적 관심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병설 은 선행연구에서 고전소설과 TV드라마가 비록 기록과 영상이란 측면에서는 대단히 다르게 보이지만 부잣집 총각과 가난한 집 처녀의 만남 같은 양극적 설정 등의 유형성, 서사적 복식 구성을 취한다는 점, 열린 구조를 지향하는 경향 등 서사적 구조와 문화적 위상의 측면에서 상당 부분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고 밝힌 바 있다.대중적 기반에 입각한 고전소설의 속성을 간파해 읽어낸 연구 결과이다.

고전소설, 더 나아가 고전문학의 현대적 수용에 대한 논의는 대중매체로의 응용이나 접합으로 모아지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대중 매체에 맞게 각색해 전달하자는 것이다.

최근 TV드라마에서 가장 각광받는 것이 바로 역사 드라마일 것이다. 역사드라마는 지금 현재 볼 수 없고 또한 경험할 수 없는 과거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역사책과는 다른, 그러나 역사책의 기능을 하는 드라마 양식의 하나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재미를 주는 역사드라마는 사료를 중심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는 역사책의 말하지 않는 부분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보여줌으로써 역사에 대한 시청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세월을 뛰어넘어 지속적으로 사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역사드라마의 쾌조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 유입되면서 큰 인기를 끈『삼국지연의』등의 ‘연의소설’의 유행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의 연희소설뿐만 아니라『임경업전』.『박씨부인전』.『임진록』등 우리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연희소설들이 많이 창작되었다. 역사드라마를 통해 ‘역사’라는 교양과 ‘드라마’의 재미를 얻으려는 시청자들의 바람은 연희소설에서‘교양’과 ‘소설’의 재미를 동시에 얻고자 했던 고전소설 독자들의 의도와 괘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록문학과 영상매체라는 존재양식의 커다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고

전소설과 TV드라마는 장르를 뛰어넘는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Ⅲ.<<쾌도 홍길동>>의 『홍길동전』수용 양상

 

고전소설은 다양한 디지털 매체 환경 속에서 그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고, 모습을 바꾸어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때문에 고전소설의 상투적 주제나 고전적 인물형을 과감하게 털어버리고 현대 대중의 욕구와 정서에 맞도록 변신을 꾀하는 것은 곧 새로운 서사원형으로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매체 환경 속에서 문자로 이루어진 문학은 더 이상 이야기의 원천으로서 그 절대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대중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한 다양한 이야기들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고전소설이 지닌 문자문학 이상의 특성을 개발하고 시대적 감성과, 흥미, 가치관 등을 잘 용해시킨 새로운 서사원형으로 재창출 돼야 하며, 또 새로운 장르의 확장으로도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전개 과정에서 드러난 고전소설 수용양상을 논의하도록 하겠다.

 

 

1.서사구조의 변용

 

고전소설은 기본적으로 일대기적 구조로서 연대기적인 시간 구성을 보이며, 행복한 결말을 지향한다. 고전소설『홍길동전』의 경우에도 길동의 탄생 배경을 시작으로, 가출 이후의 행적과 율도국을 정벌하고 왕위에 오른 뒤 태평성대를 이룬다는 내용으로 주인공을 둘러싼 이야기의 전개가 시간 순서로 진행되며 결말 또한 지극히 낙관적이다. 홍길동의 주요 행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홍길동의 아버지 홍판서가 용이 달려드는 꿈을 꾸고 그를 낳음.

② 자라면서 영웅호걸의 기상을 갖추고, 문일지십(聞一知十\)의 총명함을 보임.

③ 병법을 홀로 익혀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부림.

④ 곡산모의 모해 음모를 예견하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을 발휘함.

⑤ 도술을 부려 특재를 제압하고 관상녀와 함께 죽임.

⑥ 무게가 천근이 넘는 큰 돌을 들어 활빈당의 행수가 됨.

⑦ 합천 해인사와 함경감영을 치고 둔갑법과 축지법으로 처소에 돌아옴.

⑧ 포도대장 이흡과의 내기에서 이기고 자신을 쫓지 말 것을 종용.

⑨ 일곱 초인을 만들어 팔도에서 불의한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줌.

⑩ 형 인형에게 포박당하나 철삭이 끊어지고 가마가 깨져 굴려 끊고 도망함.

⑪ 병조판서를 제수된 뒤 임금께 하직하고 구름을 타고 사라짐.

⑫ 도술을 부려 요괴를 물리치고 백룡과 조철의 딸을 구함.

⑬ 천기를 살쳐 부친의 죽음을 알고 집으로 찾아감.

⑭ 용맹으로 율도국 왕을 쳐내고 왕이 됨.

⑮ 왕위를 물려준 뒤 왕비 백 씨와 더불어 신선이 내려와 노는 ‘영산’에 머물며 선 도를 닦음.

⑯ 일월정기(日月精氣)를 마시고 화식(火食)을 먹지 않아 정신이 청한함.

⑰ 죽을 때 오색구름이 어리고,뇌정벽력(雷霆霹靂)이 천지에 진동함.

 

 

행복한 결말로 대표되는 이러한 고전소설의 특징은 이성주의에 근거한 현대인들의 수용구조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현대 장르로의 변환 과정에서 일정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현대를 대표하는 이성이라는 개념은 고전소설의 특성으로 꼽히는 우연성, 즉 비인과성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설의 기본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약점으로 대두되는 비인과적 구성을 논리화하고 다양화 시키는 시도가 디지털 콘텐츠의 주요 양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식상한 드라마의 내용에 지쳐있는 시청자들에게 고전소설을 원전으로 하는 내용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가장 결정적 요인이다. 때문에 드라마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서사구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구체적인 변화의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길동은 10살이 넘도록 호부호형을 못해 원한이 사무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다. 이미 서자의 신분상 한계를 깨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는 성인의 모습인 것이다. 처음부터 길동이 처한 상황을 모조리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회상을 통해 과거를 살피게 되고,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이야기의 한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둘째,<<쾌도 홍길동>>은 길동의 행적만 다루는 단순한 구조를 벗어나 있다. 고전소설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인물과 행위, 사건 등이 시작과 함께 하나의 결말을 향해 시간적, 인과적 관계를 맺으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처음과 끝을 규정하는 원인과 결과의 규칙은 작자의 의도 아래 구성된 것이며, 이야기의 진행 흐름을 깨뜨리는 일탈이나 지체 등은 서사의 결함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홍길동전』을 대표로하는 영웅소설류는 영웅의 일생 구조를 근간으로 해서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질곡 안에서 권선징악과 입신양명의 주제를 위한 단선적이며 일방향적인 진행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왕위를 놓고 벌이는 적통대군 창휘와 현왕 광휘와의 갈등구조를 도입해 이야기 전개의 입체감을 더하고 있다.『홍길동전』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양반 가문에서 뿐만 아니라 왕실에서도 적서차별 문제는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길동의 집안에서는 서자인 길동이 구박과 모략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하지만, 왕실에서는 적통대군인 창휘가 서자인 광휘에 밀려 궁궐을 나오게 되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곁들여지면서 드라마 전개에 흥미를 더하고, 적통대군의 복위에 홍길동과 활빈당이 결정적 역할을 맡으면서 두 갈등구조가 융합되는 형상을 보이고 있다.

셋째, 행복한 결말에 대한 과감한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고전소설『홍길동전』은 율도국이라고 하는 이상사회 건설과 왕족으로 가문을 새롭게 세운 주인공 홍길동이 태평성대를 이루다 부인과 함께 신선이 된다는 지극히 행복한 결말을 맺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서는 신분제의 병폐를 개혁하고자 했던 홍길동이, 병조판서를 제수 받은데 만족하고 조선을 떠나 역시 지배층인 왕이 되는 모순된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홍길동전』의 길동은 당대 봉건윤리를 철저히 부정하면서도, 그 것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의 구체적 모습은 전혀 그려내지 못하는 인물이다.

 

 

 

 

 

 

십일월 갑자일(甲子日)에 길동이 즉위하니, 만조백관(滿朝百官)이 만세를 부르고 즐기는 소리 일국에 진동하더라. 왕이 제장을 각각 봉작(封爵)을 더하고, 부친 승상공(丞相公)을 추증(追贈)하여 현덕왕이라 하고, 백룡으로 부원군(府院君)을 봉하고, 모친으로 태왕비(太王妃)를 봉하고, 백씨로 왕비를 봉하고, 조씨로 충렬좌부인(忠烈左婦人)을 봉하고, 정씨로 숙렬우부인(淑烈右婦人)을 봉하고, 각각 궁을 수축(修築)하여 거하게 하고, 부친 산소를 선릉이라 하고, 승상부인으로 현덕태왕후를 봉하고, 신료(臣僚)를 보내어 실가(悉家)를 호행(護行)하여 와 궁중에 안돈(安頓)하니라. (74~75쪽)

 

하지만 드라마 속의 홍길동은 창휘가 백성을 진정으로 위해줄 수 있는 성군이 될 것이라 믿고 그의 옹립에 적극 가담해, 유생들과 힘을 합쳐 결국 왕을 만들지만, 결국 서얼 폐지에 반발하는 조정 대신들의 회유에 둘러싸여 안주하는 창휘의 모습에 실망해 적대적인 관계로 급변하게 되고 결국 죽음을 부르는 단초가 된다. 허이녹과의 애정담도 행복한 결말과는 거리가 멀다. 왕비의 운명을 박차고 길동의 곁에 머무는 것을 택한 이녹과 길동은 활빈당 산채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암시적인 장면은 나오지만, 둘이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조정이 보낸 군사, 즉 사회적 강자에 의해 패배하고 처참한 최후를 맞는 활빈당과 함께 죽음을 맞는 보다 인간적이고 비극적 결말을 통해 여운을 남겨두고 있다.

이는 길동이 영웅적 새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꿈의 공간인 율도국을 장악한 뒤 죄인을 풀어주고, 창고를 열어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등의 이상적인 정치를 펼쳐 국왕으로서 칭송을 받게 되는 고전소설의 내용과는 큰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길동의 죽음 역시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결코 평범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은 선도(仙道)를 닦다가 신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종적을 감추는 것으로 그려진다.

 

원래 도성 삼십 리 허(許)에 한 명산이 있으니, 호왈(號曰), ‘영산’이라. 경개 절승(絶勝)하고 신선이 내려와 노는 곳이라. 왕이 그곳에 한 정자를 이루고 백씨로 더불어 그 곳에 처하여 선도(仙道)를 닦으니, 일월정기(日月精氣)를 마시고 화식(火食)을 먹지 아니하니 정신이 청한(淸閑)한지라. 일일은 오색구름이 정자에 어리고 뇌정벽력(雷霆霹靂)이 천지진동하거늘, 신왕(新王)이 대경하여 제신(諸臣)을 거느려 영산에 올라가 보니 물색(物色)은 의구하되 부왕과 모비(母妃)는 없는지라. 놀라 찾되 마침내 종적이 없는지라. 하릴없이 돌아와 허능(虛陵)에 허장(虛葬)하니라. (79쪽)

 

 

2.리얼리티의 강화

 

대부분의 고전소설이 환상이나 비현실적인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TV드라마로 변신한 고전소설의 현실은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여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현실의 문제를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인과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리얼리티 확보에 주력한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면모를 살펴보자.

소설 속에서 간략히 언급되는 시대적 배경은 드라마 속에서는 간혹 사건의 전개 과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부분으로 치환된다.『홍길동전』의 시대적 배경은 소설 서두를 장식하고 있다.

 

화설(話說).조선국(朝鮮國)세종조(世宗朝)시절에 한 재상(宰相)이 있으니, 성(姓)은 홍(洪)이요 명(名)은 모(某)라. 대대(代代)명문거족(名門巨族)으로 소년등과(少年登科)하여 벼슬이 이조판서(吏曹判書)에 이르매 물망(物望)이 조야(朝野)에 으뜸이요, 충효겸비(忠孝兼備)하기로 이름이 일국(一國)에 진동하더라. (7쪽)

 

홍길동 부친의 재위 시절을 세종시기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뚜렷한 사건이나 인물이 없는 점에 미뤄 태평성대의 대명사격인 세종대왕의 이름만 빌렸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탐관오리의 가렴주구에 백성들이 힘겹게 삶을 이어가자 의적 활빈당이 나섰다는 것은 실제로 소설의 배경으로 삼은 세종시절과 다소 거리가 먼 일들로 논리력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다. 이처럼 활빈당 당수 홍길동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던 국왕의 존재에 대해 소설 속에서는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는 반면, 드라마<<쾌도 홍길동>>에서는 길동의 활동을 정당화하는 시대적 배경이 제시되고 있다. 적통대군을 내치고 왕위에 오른 이광휘와, 실제론 적자이면서도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운명을 타고난 이창휘의 등장은 시청자들이 홍길동의 활약 시기를 더욱 사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장치가 됐다. 어린 동생을 내친 죄책감과 자격지심에 빠져 사는 광휘는 정사를 돌보는 일보다는, 주색에 빠져 무리한 궁궐 공사나 다그치는 무능력한 왕으로 그려진다. 결국 길동이 반정에 개입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로, 길동이 스스로 적서차별로 인한 피해자이면서도 적통대군인 창휘의 편을 들게 된 것은 결국 능력과 의식을 겸비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서는 또한 주인공 길동을 모든 것에 능한 천부적인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물론 신분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발버둥 칠 수 밖에 없을 만큼의 능력을 타고 나긴 했지만, 온갖 둔갑술에 축지법까지 능히 발휘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이 아닌 것이다. 고전소설 속 주인공 홍길동은 그야말로 마음먹은 대로 무엇이든지 이루는 비범한 인물이다.

 

초인(草人)일곱을 만들어 진언(眞言)을 염(念)하고, 혼백(魂魄)을 붙이고 있더니, 이윽고 일곱 길동이 일시에 팔을 뽐내며 크게 소리하여 왈, 한 곳에 앉아 난만(爛漫)히 수작하니 어느 것이 정(正)길동인지 진가(眞假)를 아지 못할러라. 하나씩 팔도에 흩어지되 각기 사람 수백 명씩 거느리고 행하여 가니, 그 중에도 정 길동이 어느 곳으로 간 바를 아지 못할러라. 합하여 여덟 길동이 팔도에 하나씩 다니며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술법을 행하며 조화가 무궁하니, 각도 각읍 창고의 곡식과 재물을 일야간(一夜間)에 종적이 없이 가져가며, 서울로 올리는 봉물(封物)을 의심 없이 탈취하니, 팔도 각읍이 이 경상(景狀)을 당하매 어찌 소동치 아니하리오? (25쪽)

 

고전소설이 당대의 제반 사회 문제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가 됐듯이 드라마 <<쾌도 홍길동>>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과거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극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사회 비판과 풍자는 여타의 드라마를 통해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쾌도홍길동>>만이 지닌 ‘용기와 재치’라고 평가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잣거리의 소문난 스타 얼근이패가 “이자가 정말 싸네”라며 고리대업자 최철주를 홍보하는 모습을 통해 톱스타들의 무분별한 대부업체 광고 출연 문제를 패러디한 장면에서는 광풍처럼 몰아쳤던 대부업체 광고의 일면을 보여주면서 사채 권하는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라크 파병 문제와 한미 FTA의 불평등성을 패러디하면서 사회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극중 병조판서가 된 길동은 군역 면제 대상이었던 양반 자제들을 일종의 훈련소에 입소시키면서 “힘 있고,줄 있다고 빠지면 이 나라는 힘 없고 백 없는 사람만 지키냐?” 고 말해 현대 사회 일부 고위층 자제들에 대한병역 면제의 부당성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이밖에도 ‘권력의 핵심’, ‘유전무죄 무전유죄’등 시공을 초월한 사회 문제를 통쾌하게 풍자하는 등 <<쾌도 홍길동>>은 조선을 배경으로 한 24회 간의 여정을 통해 2008년을 살고 있는 현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퓨전사극이기에 가능한 다양한 소재와 시도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한편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준 것이다. 시청자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속에서 현실의 문제를 목격하게 되고, 이는 결국 공감대를 높이는 것으로 이어져 드라마의 인기몰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정사는 등한시한 채 오늘날의 골프격인 격구에 빠져 살며, 청나라에서 건너온 이른바 외제 물건에 정신을 못 차리는 조정 대신의 모습은 오늘날 비판받고 있는 정치인들의 분신 역할을 하고 있다.

 

 

 

 

 

 

 

 

 

 

 

 

 

 

 

 

 

 

 

 

 

 

 

 

 

 

 

 

 

 

 

Ⅳ.고전소설 활용 방송콘텐츠의 활성화

 

 

방송콘텐츠의 대표 주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TV 드라마의 고전소설 활용과 관련해, 무엇보다 고전소설이 방송콘텐츠화에 유용한 특성을 지니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로서의 공통적인 특질과 유통방식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고전소설은 다양한 유통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수용되었다. 문헌유통은 물론 전기수를 이용한 구비유통, 나아가 가시적인 그림으로까지 유통됐다. 특히 구비유통 과정에서는 음악과 연극, 무용, 미술이 함께 하면서 연행 상황을 조성해 대중들은 고전소설을 총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었던 부분에 주목할 필요할 있다.

누구나 텔레비전을 켜면 쉽게 보고, 감상할 수 있는 게 바로 드라마 아닌가. 고전소설이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발전할 개연성은 바로 이 부분에 기인한다. 이 절에서는 고전소설이 지닌 정형성과 대중성, 서사성, 그리고 문화예술성의 면모에 집중해 방송콘텐츠화에 유용한 측면을 살피고, 더 나아가 방송콘텐츠로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찰이 이어질 것이다.

 

 

1.고전소설과 TV드라마의 관련성

 

1.1.정형성

 

대중문화의 일반적인 특성을 거론하자면 단조로움과 반복성, 즉 천편일률적인 정형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대중 문화적 성격을 띠는 고전소설 역시 이러한 일반적 경향과 그리 거리가 멀지 않다. 소설이 기록문학이라고는 하지만 고전소설은 아직 구술문화가 지배하던 시대의 산물이다. 특히 여러 사람에 의해 내용이나 형식이 보태어지거나 다듬어질 개연성이 높았던 만큼 고정화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방각본과 같은 목판기술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고전소설은 사실상 인쇄 기술이 발달되기 이전의 필사시대의 산물로 텍스트와 텍스트를 베끼고 베끼는 것이 관습이었으며, 작품 사이에는 상호텍스트성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고전소설 각 작품이 동시에 이용하는 장면이나 사건들로 다분히 상투적이고 정형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터 J.옹은 이런 필사 시대의 텍스트를 두고 1차적 구술성이라고 하면서, 이 구술성이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다시 재현됨으로써 2차적 구술성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1차와 2차 사이의 시간적 간극은 크지만, 이 둘 사이에는 특히 구술적 사유의 가장 큰 특징인 정형성이 유사성으로 인정된다.

이러한 정형성은 통시적인 현상일수도 있고, 공시적인 현상일수도 있다. 특정시기에 한결같이 공통적으로 문제 삼는 스타일이 있을 수 있으며,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어떤 정형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정형성이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현대의 TV드라마 속에서 발견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고전소설을 대표하는 유형으로 영웅소설과 애정소설을 들 수 있다면, TV드라마 역시 개인의 시련과 극복을 다루는 내용과 남녀의 삼각관계 등 연애담을 반복하고 변형하는 방법으로 무수히 많이 다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큰 구조적 측면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부분에서도 상당 부분 유사점이 발견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쾌도 홍길동>>에서 등장한 해명스님과 허노인, 노상궁은 서사를 이끌어 가는 주요 구조자 또는 이인의 모습으로 고전소설에서 정형적으로 발견되는 요소이다. 가정소설이나 가문소설에서 흔히 발견되는 간부서나 개용단을 이용한 음모의 전개 과정은 현대 드라마에서 선한 주인공을 위기에 몰리게 하는 각종 물건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이 힘들고 어려운 현실의 문제와 직면할 때마다 죽은 선친이나 조상의 환영이 나타나 대화를 나누고 힘을 돋아준 장면 역시 꿈을 통한 위기 극복이라는 고전 소설의 전형적인 요소이다.

이와 같은 구조나 장면의 유사성은 일일이 다 거론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고전소설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았을 것이며, 어쩌면 관심조차 두지 않는 대상일 수도 있다. 때문에 고전소설과 드라마, 이 양자 사이의 유사성은 대중적 장르에서의 서사가 지니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2.대중성

 

고전소설은 조선후기에 와서 거대한 문화적 흐름을 구축한다. 이는 고전소설이 갖는 교훈적 성격에 이른바 쾌락적 요소가 크게 부각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후대로 갈수록 보편화 될수록 통속성이 강해지는 경향을 보여 현대 애정소설에까지 계승돼 여전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특성에 기인해 고전소설은 양반과 평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중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따라서 고전소설은 당시의 다양한 문화와 직간접적으로 영향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대중 문화적 복합체를 구축하게 된 요인이다.

먼저, 고전소설은 대다수의 대중이 문자 해독력이 없었던 상황에서 가창과 낭송, 강창 등의 구비연행을 통해 다수의 청중과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를 낳았다. 적층성의 특징은 바로 이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다. 다음의 자료들은 고전소설이 공동체 문화로 향유된 모습을 잘 보여준다.

 

① 정묘 때에 김중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늘기도 전에 이가 모두 빠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놀리느라고 ‘瓜濃’이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다. 익살스런 이야기와 속된 이야기를 잘 했는데 인물정태를 묘사함에는 곡진하고 섬세하기 이를 데가 없어 귀담아 듣는 이가 종종 있었다.

② 우리 금곡(金谷)하의도 김호슈(金戶主)는 언문을 잘 여 결복(結卜)을 마련여 고담(古談)을 박남기로 호슈(戶主) 연디 십여 년의 가계부요고 셩명이 혁혁하니 사나희되어 비록 진셔 못나 언문이나 잘면죡 중 횡 너이다.

③ 전기수는 동대문 밖에 살고 있었다. 언문소설을 구송하였는데, 그것은<숙향전>·<소대성전>·<심청전>·<설인귀전> 등이었다. 초하룻날은 첫째 다리에서, 둘째 날은 둘째 다리에서, 사흗날은 梨峴에서, 나흗날은 校洞입구에서, 닷새 날은 대사동 입구에서, 그리고 엿새 날은 종로 앞에다 자리를 정하고 하였다. 이처럼 거슬러 오르다가 7일째가 되면 아래로 거슬러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거슬러 올라오고 거슬러 올라갔다가 또 내려가서 한 달을 마친다. 또 달이 바뀌면 전과 같이 했다. 읽는 솜씨가 훌륭했기 때문에 청중이 겹겹이 싸인다. 대개 이야기가 아주 들을 만하고 긴장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문득 멈추고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下回가 궁금해서 다투어 돈을 던진다.이것을 邀錢法이라한다.

 

고전문학이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행돼 가항문학이 된 시대적 배

경을 잘 나타내고 있다.유재건의『里鄕見聞錄』에서는 전기수의 읽기가 곡진해듣는 사람이 많았으며,『要路院夜話記』에서는 한글을 익혀 국문소설을 읽어주는 방법으로 농토를 구입하는 등 살림이 부유해진 상황을 언급했으며,『추재기이』에서는 전문 직업인인 전기수가 일정한 대가를 전제로 정해진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연행하며 대중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무기로 돈을 번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고전소설이 대중적인 연행물로서 그 위력이 상당했음을 밝히고 있다. 당시 대중들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주는 문화상품으로서의 고소설의 면모를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TV 드라마의 경우도 상업성을 바탕으로 성장한 대표적 대중문화하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1970년 대 말 급속한 확산 추세를 보이며, 현재는 대중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매체로, 남녀노소·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성을 지니고 있다.

TV 드라마의 이러한 면모는 조선 후기 고전소설의 대중화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한글 보급과 유통매체의 활발한 성장과도 비교된다. 고전소설은 TV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가 없었던 조선시대에 그와 같은 역할을 했던 장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1.3.서사성

 

드라마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TV앞으로 모여들게 하는 것은 이야기에 대한 인류의 영원한 갈망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듣길 원하는 인간의 욕망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간접 체험함으로서 자신의 체험세계를 넓혀보고자 하는 지적요구 때문이기도 하다.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이야기들은 민담, 설화, 영웅담, 신화 등으로 이어져 오고, 문자가 발명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져 소설 등 수많은 문학작품을 낳았고 다시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영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윽고 안방에서 손쉽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가TV이다. 이 TV앞에 눈과 귀를 향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세간과 패물을 팔아서라도 소설을 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오는 고전소설의 인기와 견줄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백민정은 고전소설과 TV 드라마는 바로 대중의 담화 욕구가 당대에 발생된 매체를 통해 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전소설과 TV는 각각의 시대적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양식이다. 바흐친은 문화를 크게 고급문화와 하급문화의 두 층위로 나누었는데, 공식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느냐 아니면 비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느냐 하는 점을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에서 공식적인 문화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지배계급인 상류 사회의 귀족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결국 고전소설과 TV드라마는 우리 대중이 오래도록 향유했던 ‘이야기하기’의 욕구가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의 매체와 만나 대중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생성. 발전된 ‘비공식적’인 문학을 대표하는 양식인 것이다. 앞으로도 쌍방향 전개 양상을 보이는 인터넷 소설 등 점차 매체양식을 달리해가며 그 안에서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담화욕구를 발산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사람들은 연극을 보면서 공포와 동정의 감정을 일으키게 되고 이를 통해서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불만스런 정서의 찌꺼기들을 씻어내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정화작용은 카타르시스이고 우리말로 '한풀이' 또는 '살풀이'라고 할 수 있다. 맺힌 것을 풀어주고 막힌 곳을 뚫어 주는 '한풀이'의 수단으로 오늘날에는 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TV 드라마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화시킴으로서 대리만족을 얻는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삶에 대한 새로운 충동과 삶의 활력을 갖게 하는 마력을 드라마는 가지고 있다.

고전소설 또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상상의 공간과 초인적 능력자를 주된 요소로 하고 있다. 그것은 주 독자층이었던 일반 서민과 규방여성들의 심리적 대변자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앙(Ang)에 의하면 드라마가 주는 즐거움은 시청자들이 실생활에서 체험하는 정서구조를 그 속에서 확인하는 것에서 온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서구조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이나 이데올로기로 설명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중문화의 궁극적 지향점은 부족하거나 결핍된 것을 허구적으로나마 충족시켜서 대리만족을 하고자 하는 수용자 층의 욕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고전소설과 TV드라마는 우리 고유의 문화 속에서 합의된 서사의 모습으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고전소설 『홍길동전』과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경우 전자는 봉건적 사회질서에 짓눌려 있던 신분상승 욕구의 분출구로,후자는 고전적인 인물형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인간 홍길동의 고뇌와 성장,운명조차 갈라놓지 못하는 남녀의 애틋한 애정담에 대한 시청자들의 취향과 정서의 반영 통로로 역할을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1.4.문화예술성

 

고전소설은 주변의 문화예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현대에도 활용 가능한 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 절에서는 특히 고전소설의 문화 예술적 면모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로서의 활용방안을 검토함으로써 그 가치를 확인할 것이다.

첫째, 고전소설이 구비유통과정에서 보여준 종합예술적인 면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청중은 이야기를 듣는 단순한 객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연행 상황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또 하나의 주체로 기능한다. 이런 구비유통의 양상은 고전소설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비유통 과정에서 보여준 신랄한 풍자와 대중과의 대화소통이 중시됐던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이야기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고전소설이 지닌 다양한 이야기 구조를 접하는 과정에서 청자나 독자들이 향유했던 정서적·심미적 체험은 오늘날의 대중에게도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에 주목받았던 드라마 <<주몽>>을 비롯해 <<용의눈물>>과 <<왕건>> 등의 역사드라마의 흥행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례로, 역사라는 ‘교양’과 드라마의 ‘재미’를 함께 얻으려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준 것이다. 평범한 인물에서 부조리한 현실을 바탕으로 영웅으로 성장해나가는 홍길동의 인간적 고민과 성과를 그려낸 <<쾌도 홍길동>>역시 21세기 현실에 대한 풍자와 남녀 간의 애정담이 결합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이 사는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셋째,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매체가 등장하기 전부터 소설은 지극히 세밀하고도 정교한 묘사를 주된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더 나아가 고전소설은 그 안에 삽입된 그림이나 유통과정에서 파생된 병풍과 벽화는 고전소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입체적으로 구상화할 수 있어 문화콘텐트로 계승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한다.

단지 상상이나 허구적 공간에 머물렀던 소설 속 내용이 시각화를 기본으로 하는 디지털 기반 매체를 만나 실재하는 것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고전소설의 생명력이 재발견되는 부분이다.『홍길동전』의 경우에도 TV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 각각의 영역으로 모습을 달리해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그 가능성을 반증했다.

고전소설을 오늘의 대중에게 친숙한 대상으로 만들고, 그들이 공감감적으로 향유하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도 그 활용 방안에 대해 꾸준히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춘향전』과 같은 판소리계 소설 위주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됐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유형의 작품들을 제작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홍길동전』에서 나아가『박씨전』과『조웅전』같은 영웅군담소설,『숙향전』,『숙영낭자전』등의 애정소설도 현대적인 시각으로 옷을 입힌다면 오늘의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2.고전소설 기반 방송콘텐츠 활성화 방안

 

2.1.영웅소설 원형스토리의 DB화

 

시련과 고난을 거쳐 영웅으로 성장하는 비범한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웅소설은 설화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발견되는 정형화된 한국적 문학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 면에서 드라마 <<쾌도 홍길동>>은『홍길동전』류의 영웅소설의 방송콘텐츠화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역시 사회개혁적인 의식이 강하게 드러난『전우치전』을 모티브로 하는 드라마가 현재 제작 중에 있으며, 나아가 여성 영웅소설인『박씨전』등으로까지 그 범위를 넓힌다면, 우리 고전을 알리면서 디지털콘텐츠 분야의 소재 확보와 다양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고전소설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 통로이다. 현재까지 전해오는 고전소설은 천 작품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오늘날 세대에 알려진 것은 교과서에 등재됐거나, 공연 혹은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들 위주여서 고작 열 작품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고전소설 연구자들을 제외한다면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들을 충분히 알고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멀티미디어 환경 속에서 고전소설이 다양한 형식의 문화콘텐츠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콘텐츠들은 대부분 몇몇 작품에 한정되어 있고, 수용 양상도 한 작품 전체를 그대로 콘텐츠화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고전소설 연구자들이나 문화산업 종사자들은 고전소설의 현대역 작업과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그 선행 과제로 꼽고 있다.

이미 고전소설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은 학계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현재 많은 고전 관련 자료들이 인터넷을 통해 활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존의 고전소설 데이터베이스화는 조선시대 이본을 그대로 스캔해서 이미지 파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고전소설 자료는 연구자들에게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띄어쓰기조차 돼 있지 않은 필사체에 고어로 돼 있어 읽는 것조차 힘든 그야말로 고서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구나 쉽게 고전소설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현대어 번역본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일반인들의 경우 우리나라 고전소설에 어떤 작품이 존재하는 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소재 발굴에 관심이 많은 방송작가나 시나리오 작가 등 문화산업 종사자들도 접근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되거나 응용되어도 좋은 것 같은 장면들이 책장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어 번역과 더불어 필요한 것이 주제어로 검색 가능한 데이터로 망라되는 것이다. 한 작품 전체를 그대로 콘텐츠화 할 수도 있겠지만,<<쾌도 홍길동>>의 경우처럼 다양한 고전소설의 인물이나 서사 구조 혹은 분위기만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검색에 설정이다. 검색어 설정은 오늘날 문화콘텐츠 생산자들이나 일반 독자들이 검색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리라 예상되는 단어이면서 동시에 고전소설의 다양한 화소나 에피소드들과 원활하게 연결 가능한 검색어들을 설정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는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앞으로 고전소설 학계와 정보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계의 상호보완적 협업이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2.2.캐릭터의 발굴의 집약화

 

방송콘텐츠와 고전소설의 연계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캐릭터의 발굴일 것이다. 고전소설 연구사에서 캐릭터와 관련된 부분은 등장인물에 대한 연구이다. 등장인물은 비교적 연구가 많이 축적되어 있는 부분인데, 문제는 등장인물에 대한 접근법이 대부분 주인공과 주변 인물, 혹은 선인형 인물과 악인형 인물의 대비, 매개자 등 제한된 소수 방향에서만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고전소설을 방송콘텐츠화 할 경우, 이미 <<쾌도 홍길동>>의 예에서 살펴본 것처럼, 등장인물은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용과 창조됨으로써 현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이 같은 정황을 고려해 보면, 고전소설의 등장인물에 대한 기존의 연구 방법은 보다 세분화하고 단계화 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TV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인물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이럴 때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고전소설 인물사전의 제작일 것이다. 예를 들어『홍길동전』과 『박씨전』,『조웅전』등의 영웅소설에 등장하는 영웅과 주변 인물을 모두 집약시킨 뒤, 각 인물이 지닌 특징을 외모를 기준으로 한 시각화정보와 성격, 능력, 탄생배경, 약점, 특기 등을 자세히 기록하는 방식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의 발굴은 비단 드라마의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영화, 캐릭터 파생 상품 등 그 이용 범주도 다양화 할 수 있는 측면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사업 가운데 유망한 것의 하나로 캐릭터를 꼽고 있으며, 2002년도에 있었던 ‘민속 문화를 소재로 한 캐릭터 공모전’은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입상 작품들이 자료집으로 묶여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료집에 수록된 캐릭터들은 대부분 민속놀이나 구비설화와 관련된 것들로 한정돼 있어 고전소설 속 캐릭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민속놀이나 구비설화는 연행이나 구비전승 등 익숙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한 반면, 고전소설의 경우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아예 일반인들의 접근 자체가 차단돼 있어 생긴 일일 것이다. 민속놀이나 구비설화에 뒤지지 않는 캐릭터의 보고인 고전소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고전소설의 경우 한 작품이 그대로 새로운 방송콘텐츠로 수용되는 것도 좋지만, 사건이나 인물이 분화돼 새로운 콘텐츠의 구성 요소로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인물 연구방법에서의 과감한 탈피가 고전소설 연구자들의 몫으로 대두된다. 기존 인물 연구는 주제적인 측면이나 유형의 탐구, 혹은 인물 간의 관계 양상 등이 주된 관심사였고, 시각적인 재현이나 총체적인 인간으로서의 한 인물의 재현 등이 연구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까닭에 기존 논의에서는 살아 숨 쉬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즉 소설 속에 문자로 존재하는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시각적인 방송콘텐츠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시청각적 요소는 물론이고, 개별 캐릭터의 자기 서사적 요소, 그리고 인물의 입체적 형상화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인물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물 연구의 방법도 새롭게 고안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방송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캐릭터 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유형 연구가 아닌 개별 인물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동시에 인물들의 공통된 특징을 거론하는 거시적인 담론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개개 인물의 특징이 더 잘 부각될 수 있는 미시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방법이 됨은 물론이다.

캐릭터 발굴에 대한 성공적 사례로는 <<쾌도 홍길동>>과 <<쾌걸 춘향>>등 고전소설 기반 드라마뿐만 아니라, 실록에 기록된 이름 하나로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돼 한류의 중심으로 부각된 <<대장금>>, 고구려 건국과 관련된 주몽설화를 바탕으로, 남자 주인공 ‘주몽’뿐만 아니라, 백제건국의 초석이 되는 주몽의 부인이자 온조의 어머니인 ‘소서노’라고 하는 여자 주인공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2.3.문화산업의 소재화

 

 

고전소설 기반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매체의 창작 소스로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공공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콘텐츠는 학문적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디지털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청소년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우리의 전통문화나 지역의 문화를 홍보하는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남 장성에서 열리고 있는 ‘장성홍길동축제(이하 홍길동 축제)’는 소설 속의 인물인 홍길동을 매개로 해 지난 1999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서, 장성군이 지역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확보방안을 위해 추진 중인 핵심적인 지역 활성화 전략의 하나이다. 공교롭게도 ‘홍길동축제’의 본격화에는 한 해 앞서 방영된 SBS 드라마 <<홍길동>>의 쾌조가 한몫했다. ‘홍길동 축제’는 지금까지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홍길동이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아치실 마을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이라는 전제 하에 축제의 전반적인 기본 토대를 구성하고 있다. 오랫동안 ‘의향’의 전통을 지역의 오랜 역사적 정체성으로 정립시켜온 장성지역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홍길동’담론은 1997년 시작된 강릉시와의 홍길동 고향 연고권 논쟁을 기점으로 학술연구용역과 일련의 문화전략을 통해 장성의 새로운 지역전통 및 상징구축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홍길동축제의 개최를 통해 ‘의’를 구현하는 ‘의적’으로서 홍길동을 장성지역의 ‘의향’전통과 맥을 같이하는 영웅적 인물 임을 강조함으로써 외부적으로 역동적인 장성지역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축제를 통해 이를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현재까지 10년간 개최되고 있는 홍길동 축제는 1997년 홍길동 관련 학술연구 용역 및 학술대회 개최 등을 통한 연구사적 토대와 2001년 홍길동 생가 터, 유구 발굴조사를 통해 획득한 고고학적 근거 등을 토대로 홍길동 축제의 핵심주제인 ‘장성 출신의 실존인물, 홍길동’의 고장으로서 장성군의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축제 프로그램의 구성 및 행사의 전반적인 성격 또한 홍길동의 고장으로서 갖는 장성군의 이미지와 상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를 상품화 하는데 주로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축제는 가족 단위로 직접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위주로 꾸며지고 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문무시험을 통해 지·덕·체를 겸비한 홍길동을 뽑는 홍길동선발대회를 비롯해, 축제장의 지형을 활용해 율도국 구역을 설정하고 구역간의 이동을 뗏목으로 하는 ‘뗏목타기’체험은 홍길동 축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이 밖에도 활빈당 퍼포먼스, 율도국 가는 길, 홍길동 추모제 등의 프로그램은 홍길동 전시관을 통해 홍길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직접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해 보게 함으로써 축제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홍길동의 생애를 과정별로 퍼포먼스를 통해 재연함으로써 홍길동에 대한 스토리 메이킹이 있는 축제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고전소설을 배경으로 하는 지역의 대표 축제는 더 나아가 실제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 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얼마든지 양자 간의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다. 또한 ‘홍길동 축제’처럼 지역축제에 그 지역의 역사적 경험과 사실에 기초한 전통과 문학적 자원을 차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그 예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Ⅵ.결론

 

 

이상으로 본고에서는 TV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 나타난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수용 양상을 중심으로 고전소설을 활용한 방송콘텐츠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것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작품론과 작가론, 독자론 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의 고전소설 연구 방법을 지양하고, 방송콘텐츠로서의 고전소설의 실제적 활용가능성과 그 가치에 대해 고구함은 물론이고, 시대와 양식적 차이를 넘어 존재하는 접합점을 찾고자 하는 시도였다. 본 논문에서 논의한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홍길동전』은 신분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주제의식이 뚜렷한 현실주의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계와 초현실계가 근접해 있는 고전소설의 전형으로서 주인공의 비범함을 나타내는 주요 기재로 환상성이 부각되고 있었다. 이는 독자들이 소설과 현실 사이의 엄연한 거리감을 느낄 수 있었던 기재로, 현실을 직접적으로 환기시키는 드라마와의 가장 큰 차이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고갈이라는 디지털 다매체 시대의 치명적 한계는 고전소설을 소재로 하는 TV 드라마의 등장으로 전환기를 맞게 됐다.

TV는 현대인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상매체로,TV 드라마를 통해 고전소설을 현대적으로 계승한다는 것은 곧 그 효과도 크게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전소설과 드라마는 인물의 대칭구조를 이용한 서사기법 등에서 상당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작품 전반 내용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 주제나 소재, 제재별로 혹은 여러 작품의 장치를 짜깁기를 통한 계승도 가능하기 때문에 고전소설을 현대적 시각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수용할 수 있는 안목만 있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드라마 대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고전소설이 TV 드라마와 같은 방송콘텐츠로 수용되는 것은 우리 전통 문화의 현대적 향유 방편은 물론, 계승에도 일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재로서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고전소설에 대한 현대인의 접근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돼 온 우연성과 비인과성이 서사구조의 현대화를 통해 논리력을 얻은 측면과 현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고리사채와 병역 기피 문제 등 주요 이슈들을 반영해 리얼리티를 강화한 전략을 발견함으로써 고전소설의 현대적 수용 양상을 짚어볼 수 있었다.

또한 고전소설과 방송콘텐츠의 공통점을 모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전소설을 활용한 방송콘텐츠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찰하였다. 특히 고전소설과 TV드라마 사이에는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로서 정형성과 대중성, 서사성 그리고 문화예술성의 측면에서 공통점이 존재함을 고구하고, 고전소설은 조선시대에 지금의 TV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로서의 역할을 했던 점이 환기됐다. 또한 시각화 가능성 등 고전소설의 종합예술적인 측면과 관련해 문화콘텐츠로의 높은 활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전소설을 활용한 방송콘텐츠의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시련과 고난을 거쳐 영웅으로 성장하는 비범한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웅소설을 설화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발견되는 정형화된 한국적 문학요소로 보고,『홍길동전』류의 영웅소설의 방송콘텐츠화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원형스토리의 현대어 번역 작업과 DB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한 고전소설에 대한 일반인이나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검색어들을 설정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문화콘텐츠 사업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캐릭터와 관련해 고전소설 캐릭터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캐릭터 발굴의 집약화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연구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러한 내적인 활용을 넘어 고전소설은 현재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축제의 소재나 청소년을 위한 교육자료 등 문화소재로서 외적 활용도를 넓힐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남 ‘장성 홍길동축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방송 매체 환경과 고전소설의 관련성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둘을 비교할 적절한 방법론마저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드라마 작품을 중심으로 고전소설의 수용 양상을 살피고, 양자 간 교합점을 기반으로 활성화 방안을 짚어낸 것은 고전소설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앞으로도 디지털 기반 매체와 연계해 다양한 변모를 시도할 고전소설의 현대적 수용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이어가도록 할 것이다.

고전소설은 더 이상 조선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그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현대적 시각의 옷만 입히면 매력이 넘쳐나는 인물들, 시각화가 가능한 무수한 공간과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 등이 밀집해 있는 보물 창고이다. 그 보물 창고를 여는 행운은 작품에 대한 접근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학계와 디지털 기반 산업 업계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자원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천하무적 슈퍼맨 일색의 영웅담이 아닌 보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새 시대 영웅의 이야기를 펼쳐보이고자 했던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시도와 쾌거는 드라마는 물론이고 앞으로 고전소설을 원전으로 하는 다양한 방송콘텐츠의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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